“신인왕 타이틀보다 팀에 공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최고 우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입단했으나 곧바로 수술대에 올라 출발이 늦기는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도 두 눈에 근성이 담겨있어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궁금한 신인이다. 지난해 8월 신인 드래프트서 구단 1순위(전체 6순위)로 입단한 우완 윤명준(23. 두산 베어스)은 신중하고도 패기있는 유망주였다.
광주 동성고-고려대를 거쳐 두산에 1순위로 입단한 신인 우완 윤명준은 176cm 77kg의 체구로 왜소한 편이다. 그러나 140km대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움직임이 좋은 슬라이더-커브를 앞세워 대학 4년 통산 14승 5패 평균자책점 1.74(191⅔이닝 탈삼진 216개)로 활약했다. 동국대 노성호, 연세대 나성범(이상 NC), 대학 동기 문승원(SK) 등과 함께 대학리그 최대어 투수로 꼽힌 윤명준이다.

그러나 윤명준은 지난 11월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다녀온 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오른 발목을 수술하고 재활군으로 편성되었다. “직구-슬라이더-커브의 볼배합이 대단한 만큼 아픈 곳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좋다”라는 구단의 판단 하에 윤명준은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윤명준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재활에 매달렸다.
“1라운드 지명되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고교 졸업 당시 지명을 못 받고 대학에서 성공을 거뒀으니 정말 기뻤습니다. 수술 받은 곳이요? 지금 차근차근 재활을 받고 있는데 완전 회복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구위와 제구력을 겸비한 신인 윤명준의 숨겨진 장점은 바로 커브와 슬라이더의 스피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 누군가는 ‘슬러브’, 누군가는 ‘파워 커브’, 누군가는 ‘떨어지는 슬라이더’라고 평하는 윤명준의 커브는 일본 교육리그서 1군 주전급 타자도 꼼짝 못 하게 할 정도였다. 발목 통증으로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던 윤명준의 교육리그 성적은 5경기 9⅓이닝 3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탁월했다.
“커브와 슬라이더 스피드 차이가 별로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엄연히 다른 구종들이거든요. 보시는 분들은 대체로 ‘너는 슬라이더가 좋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윤명준은 다부진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표출했다.
롤모델을 묻자 윤명준은 대학 12년 선배이자 팀 투수진 맏형인 김선우를 꼽았다. 단순히 지난해 16승(다승 2위)을 거뒀기 때문이 아니라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팀에 공헌한 모습이 신인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두산에 지명받기 전에도 김선우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었습니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셨잖아요. 특히 지난해에는 팀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꾸준히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하셨으니까요. 선배님의 꾸준함을 본받고 싶습니다”.
1군에서 맞붙고 싶은 타자로 윤명준은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을 꼽았다. 그와 함께 윤명준은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설명을 덧붙였다.
“이기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이승엽 선배와 투타 대결을 펼치고 싶다는 이야기에요. 누가 뭐래도 국내 최고 타자시잖아요. 만약 이승엽 선배에게 홈런을 허용하면 그 공이 구장 어디까지 날아갈 지도 궁금하고. 최고 타자와의 대결 그 자체가 제게는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발목 재활이 끝나지 않아 윤명준은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기간 동안 국내에 남아 재활에 열중한다. 재활이 제대로 되어 몸 상태가 100%로 올라왔을 경우 윤명준은 오는 2월 하순 일본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첫 시즌인 만큼 기대감도 커요. 다른 신인들보다 더욱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목표에요. 신인왕 타이틀보다 1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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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