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며 우승하는 모습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다. 성남고 동기생으로 10년 만에 두산 베어스에서 재회한 우완 노경은(28)과 오른손 타자 오장훈(28)이 야구인생 승승장구를 향해 다짐했다.
노경은과 오장훈은 10년 전 당시 고교 최고 유격수로 꼽혔던 박경수(LG, 공익근무 중)와 함께 2002년 성남고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노경은은 박경수와 그해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표로도 뽑히며 두산 1차 지명(계약금 3억8000만원)으로 입단했다. 오장훈은 그 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홍익대로 진학했으나 고교시절 투수로 활약하면서 시시때때 일발장타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입단 이후 그들은 순탄치 않은 삶을 보냈다. 부상과 제구난으로 인해 지난 8년 간 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노경은은 지난해 비로소 1군 44경기 5승 2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17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편이기는 했으나 이는 8월 보직을 가리지 않고 연투하다 구위 저하 및 팔꿈치 통증으로 높아진 것이 컸다.

대학 시절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하는 등 고전한 끝에 두 번째 신인 지명 고배를 마신 오장훈은 2007년 롯데 신고선수 입단 후 박정태 당시 타격코치의 조언 아래 타자로 전향했다. 일발장타력은 인정받았으나 스윙이 커 변화구 대처에서 약점을 지적받던 오장훈은 결국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제가 (오)장훈이한테 그렇게 도움 준 것은 없는데. 나중에 청백전 때 좋은 공을 주면서 때려내는 감을 익혀주는 것은 어떨까요”. 농 섞인 노경은의 이야기에 오장훈은 말없이 웃었다.
오장훈에게 노경은은 부러운 존재다. 자신이 지난 5년 간 1군에 단 한 경기 출장한 반면 노경은은 데뷔 9년차 만에 팬들의 조소를 이겨내고 비로소 1군에서 제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진욱 신임감독은 노경은에 대해 “경험을 쌓고 스스로 마운드에서의 마인드컨트롤 요령을 갖춘다면 굳건한 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노)경은이가 부러워요. 그래도 지난 시즌 9년 차 만에 기회를 살리기 시작했잖아요. 저도 이제 6년차인데 야구다운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서로에게 올 시즌 덕담을 건넨 노경은과 오장훈. 한창 선수로서 기량이 절정을 달릴 시기를 맞은 두 친구는 10년 전 경험하지 못했던 팀 우승과 대기만성의 야구 인생을 꿈꿨다.
“고교 시절 (박)경수도 있고 해서 저희 학교가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었어요. 그러나 서울시 예선은 무패로 두 번이나 통과하고도 결국 전국 대회 우승은 못했거든요. 그 때 경험하지 못한 우승을 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맛 보고 싶습니다”.(오장훈)
“징훈이랑은 정말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에요. 앞으로 자기 자리를 잡고 야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저희의 성공 기준은 FA 대박이 아니라 앞으로 오랫동안 좋은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이 팀에서 오랫동안 공헌하고 싶어요. 40세 이상까지 함께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그렇게 야구 인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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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