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괄목상대’ 노경은, “1년 살이의 마음으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1.13 10: 58

“이번에는 3점 대 평균자책점과 80이닝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을 내년을 위한 도약점으로 만들고 싶어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의욕을 상당히 잃었던 유망주였다. 한 때 거물로 평가받았으나 부상과 제구난에 발목 잡혀 안타깝게 스러지는 투수가 될 뻔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주축 투수들의 전열 이탈 공백을 메우며 데뷔 9년차 만에 비로소 가능성을 보여줬다. 노경은(28. 두산 베어스)의 야구 인생은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두산의 1차 우선지명(계약금 3억8000만원)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노경은. 그러나 그는 2010년까지 병역 의무 이행과 팔꿈치 부상 및 수술, 고질적인 제구 난조에 휩싸이며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150km 이상의 묵직한 직구와 최고 144km의 슬라이더, 날카로운 드롭커브를 갖추고도 원하는 곳에 공이 날아드는 장면이 드물었다.

수 차례 방출 위기까지 겪었던 노경은은 지난해 비로소 1군 44경기 5승 2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17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편이기는 했으나 이는 8월 보직을 가리지 않고 연투하다 구위 저하 및 팔꿈치 통증으로 높아진 것이 컸다. 기록보다 경기 활약상이 더욱 눈에 띄었던 노경은은 전년도 연봉 2900만원에서 90%가 인상된 5500만원에 올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90% 인상률은 올해 두산 선수단 최고 연봉 인상률이다. 그만큼 팀에서도 노경은의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컸음을 제대로 인정했다.
“지난 한 해는 행복했어요. 데뷔 9년 차 만에 비로소 1군에서 야구다운 야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 저희 팀에는 저처럼 연차가 꽤 되었는데도 빛을 못 본 케이스가 많아요. (서)동환이나 (윤)석민이 같은 선수들 말이에요. 그 친구들에게 제가 그래도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들이 ‘오래 버티다보면 기회가 오니 야구를 놓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난해를 야구 인생의 시발점으로 삼고 싶어요”.
지난해 8월 한 달간 노경은은 15경기 2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8.22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꾸준히 2~3점 대를 기록하던 노경은의 시즌 평균자책점이 수직 상승한 시기다. 그러나 이 시기는 투수진 전체적으로 부상과 슬럼프를 겪는 투수가 많아 노경은이 어쩔 수 없이 마당쇠 노릇을 해야 했던 때다. 결국 노경은은 9월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 마감해야 했다.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어서 체력이 떨어졌던 8월에 오히려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프거나 힘이 떨어지면 볼 스피드도 떨어진다’라는 이미지는 심고 싶지 않아서 더 힘껏 던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네요. 올 시즌에는 시즌 처음에서 끝까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뒤늦게 밝히는 이야기. 2년 전 가장 큰 방출 위기를 맞았다가 간신히 살아남았을 때 노경은은 결연한 표정으로 “김진욱 재활코치님의 배려에 다시 야구에 도전하렵니다”라고 고백했던 바 있다. 2군에서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선수들을 먼저 돌보려 노력했던 재활코치는 이제 팀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노경은에 대해 “좋은 구위를 갖춘 데다 자질이 많다. 마운드에서 마인드컨트롤하는 능력을 보완하고 경험을 쌓는다면 장차 마무리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보직은 개의치 않습니다. 팀이 원하는 순간 계투 추격조로라도 팀에 공헌하고 싶어요. 감독님이요? 사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워낙 인품이 뛰어나신 분이라 언젠가 이 팀을 맡으실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작은 아버지 같은 분이랄까요. 선후배들과 함께 힘을 합쳐 뭔가 이루고 큰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 노경은은 첫 풀타임 시즌을 갓 마쳤을 뿐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 년 간 더욱 좋은 활약으로 제대로 된 검증기를 거쳐야 한다. ‘팀 우승’을 2012시즌 목표로 우선시 한 노경은은 개인적인 목표도 밝혔다.
“8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3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지난해보다 올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올 시즌은 단순한 1년이 아니라 내년에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도약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를 아까워하면서 ‘1년 살이’의 절박한 마음으로 오늘보다 내일 더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스마트폰 메신저 인사말은 ‘쉬운 인생을 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강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라’이다. 마음 같이 되지 않는 야구로 인해 한때 공과 글러브를 두 손에서 완전히 놓으려 했던 노경은은 자타가 공인하는 검증된 ‘필승 카드’로 우뚝 서기 위해 더욱 뜨겁고 강한 야구 심장을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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