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규야, 우리 언제 만날까?".
10일 오후 잠실야구장 내 LG 트윈스 실내연습장에서 캐치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올 시즌 주장 완장을 찬 이병규(38)였다.
"체력 테스트까지 했는데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체력 테스트는 테스트고, 캠프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며 LG 훈련을 돕고 있는 현장 스태프와 계속해서 공을 주고 받았다.

그런 가운데 실내연습장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백순길 단장이었다. 백 단장을 발견한 이병규는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인사했다. 백 단장도 이병규의 인사에 밝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렇게 이병규는 10분 넘게 캐치볼을 한 뒤 티배팅을 하기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그 순간 백 단장은 "(이)병규야, 우리 언제 볼까?"라고 물었다. 이병규는 "14일에 보시죠"라고 말했다.
14일이라. 14일이 이병규 생일인가. 이병규는 1974년 10월 25일 생이다. 알고 보니 14일은 연봉 협상 날이었다.
올 시즌 연봉에 아직 사인을 하지 않은 이병규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출발(15일) 하루 전날 백 단장을 만나 무조건 도장을 찍겠다는 뜻이었다.
이병규는 지난해 127경기에 출장해 3할3푼8리의 타율에 164안타 16홈런 75타점 6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타격부문 순위를 보면 타율 3위, 최다안타 2위, 장타율 5위(4할8푼7리), 홈런 11위, 루타수 4위(236루타)로 전 부문에서 상위에 올랐다.
일본에서 복귀한 지난 2010시즌에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해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이병규는 적토마라는 별명답게 잠실구장을 맘껏 뛰어다니며 이제는 제 2의 전성기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올 시즌도 주장을 맡은 만큼 경기장 안팎에서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일단 이병규는 연봉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주장인 만큼 연봉 문제 때문에 바깥에서 아 좋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실 라이벌' 두산 베이스의 간판 선수인 김동주가 지난 2일 계약기간 3년 총액 32억 원을 받은 만큼 이병규도 내심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병규는 "14일날 단장님과 만나 무조건 도장을 찍겠다. 15일날 캠프 떠나니깐 더 미룰 날도 없다"면서 "14일에 무조건 찍고 15일날 캠프 간다"고 말했다.
과연 LG와 이병규는 어떻게 계약을 마무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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