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까지 가서 뒤처지면 어떻게 하겠어요".
김기태(43) LG 트윈스 감독은 취임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만 사고를 치겠다"며 큰일(?)을 예고했다. 그 이후 여러 일이 있었지만 첫 번째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LG는 지난 10일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한 투수 박현준(26), 우규민(27), 유원상(26), 포수 김태군(23) 등을 전지훈련조에서 제외했다. 스프링캠프를 향해 비행기에 몸을 싣기 직전 하차 명령을 받은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몰라도 박현준, 우규민은 내년 LG의 사이드암 듀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투수들이다. 김태군은 '옛 안방마님' 조인성이 비운 자리를 메워줄 대체 포수 중 1군 경험 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들을 울리고만 체력테스트. 일각에서는 "어차피 몸을 만들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가는 것인데 왜 일찍 몸을 못 만들었다고 스프링캠프를 못 가게 하느냐"는 안타까움 섞인 원망과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체력테스트는 왜 필요할까.
김 감독은 지난 12일 취재진과 만나 "스프링캠프는 올 시즌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 훈련을 하는 곳이다. 모든 선수가 똑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거기서 혼자 뒤처지면 결국 팀에 피해를 주게 된다. 그래서 기초 체력을 만들라는 의미"라며 스프링캠프 전 체력테스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옆에 있던 구단 관계자도 "이대호를 생각하면 쉽다. 그도 지금 스프링캠프 전에 열심히 살을 빼고 있지 않나. 바로 우리 선수들이 체력을 다지는 것도 시즌 준비 훈련을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큰 목표는 아니었다. 트레이너가 1년간 선수들을 보면서 '이 선수는 이 정도 체력이니 이만큼은 나와줘야 자기 체력이다'라고 생각해온 만큼의 기준을 각자에게 제시했다. 일률적으로 점수 매겨놓고 수능 보듯 떨어뜨린 것은 아니다"라며 체력테스트가 결코 무리는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이번 자율훈련 후 체력테스트 과정을 통해 김 감독의 '당근과 채찍' 스타일이 확실히 나타났다. 남은 것은 LG 선수들이 얼마나 거기에 맞출 수 있느냐다. 앞으로 김 감독이 또 어떤 사고로 선수들을 조련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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