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중원의 지배자 손대호(31, 인천 유나이티드)가 돌아온다.
손대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한때 중원 미드필더로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이기 때문. 2002년 수원 삼성서 데뷔한 손대호는 2004년 20경기(컵대회 포함)에 출전하며 소속팀의 K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6년에는 성남 일화 소속으로 K리그 우승, 2007년에는 준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2007년에는 핌 베어벡 A대표팀 감독에 의해 A매치에 데뷔, 200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해 대표팀의 4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소식은 2009년부터 들리지 않았다. 2009 시즌 전 라돈치치와 맞트레이드로 인천으로 팀을 옮긴 손대호는 시즌 중반 병역의무로 공익근무요원에 소집됐다.

"나이 계산을 잘못했어요. 입대 시기를 놓친 거죠". 손대호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입영통지서. 날벼락과 같았다. 당초 상무와 경찰청을 노리던 그로서는 공익근무요원은 현역과 마찬가지였다. 2년을 쉰다는 것은 축구 인생이 끝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
손대호는 방황했다.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시작한 후 6개월 동안은 운동을 하지도 않았어요. 축구를 그만하려고 마음을 먹었죠. 장사를 시작할까, 지도자 공부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축구 인생을 접기로 결심한 손대호는 운동을 중단했다. 친구 장학영이 공익근무요원을 소화하면서도 K3서 뛰는 것과 대조됐다. 손대호는 "축구를 그만두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K3서 뛴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죠"라고 당시 아팠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손대호는 마음을 돌려 먹었다. 축구 선수로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와 달리 주변에서는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주위에서 지금까지 뛴 것이 아깝지 않냐고, 기회가 올 거라고 몸을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했죠.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축구 클럽을 찾았죠. '즐축'이라는 곳인데 격려도 많이 해주셨고, 저 때문에 경기도 많이 잡아줬어요. 저 때문에 희생한 거죠. 그리고 동의대 송명원 감독님과 김봉길 (인천) 코치님이 많이 잡아주셨죠"라며 자신의 복귀를 있게 만들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2년 여 만의 복귀. 현재 손대호의 감정은 기쁨보다는 두려움이다. "팀에 들어오는 데 두렵더라고요. 아무래도 부상이 가장 걱정이죠. 합류하고 1주일 정도 되니깐 몸이 올라오고 부상 걱정이 줄었지만 두려운 건 어쩔 수 없죠. 시즌 전까지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90%까지 컨디션을 올릴 것 같고, 5~6개월을 소화하면 100%가 될 것 같아요. 죽기 살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어요"라고 복귀 심정을 밝혔다.
그는 말했다. 마치 신인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이는 (한국 나이로) 32살인데 현재 기분은 22살 같습니다. 신인 선수의 각오라는 거죠. 마치 프로에 처음 온 느낌이랄까요? 친구들이 '죽기 살기로 해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렇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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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