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낯선 배우가 마라톤 유망주를 이끌며 뛰고 있는 김명민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스크린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지만 남성적 매력이 한껏 풍기는 외모와 복잡미묘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연기, 이 배우 신인이 아니다.
스크린에서 대중에게는 생소한 인물, 영화 ‘페이스 메이커’의 신스틸러 최재웅이다. 영화계에서는 신인배우로 소개되지만 올해로 연기경력이 10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다.
◆ 뮤지컬계의 명배우 최재웅 “완전 신인이죠”

최재웅의 이력에는 뮤지컬 ‘헤드윅’, ‘쓰릴미’,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 등 굵직한 작품들이 올라와 있고 현재 배우 조승우와 함께 ‘조로’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뮤지컬계에서 알아주는 연기파 배우다.
10년 가까이 수많은 공연에서 깊은 내면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최재웅은 2009년 영화 데뷔작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2010년 제18회 이천춘사대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중고신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재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완전 신인이죠”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페이스 메이커’가 두 번째 영화인 신인 영화배우 최재웅에게 영화는 공연과 꽤 달랐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타면 쭉 가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으니까 집중을 덜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항상 대본을 끼고 다니고 현장 분위기를 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연기할 때 구경하고 감독님과도 얘기도 많이 했어요.”

◆ “김명민 선배는 최고의 배려男, 안성기 선배는 최고의 개그男”
생애 두 번째 영화에 출연한 최재웅은 “전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인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감독과 스태프도 있지만 누구보다 함께 연기호흡을 맞췄던 김명민과 안성기다.
최재웅이 말하는 김명민은 늘 사람들을 배려하는 배우고 안성기는 촬영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분위기 메이커다.
“명민이 형과의 연기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형은 연기도 정말 잘하고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와~ 멋있다’라는 생각만 들어요. 상대 배우가 연기를 잘 하도록 배려를 정말 잘 해주세요. 말 한마디보다 직접 호흡을 맞추면서 상대방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죠.”
최재웅은 김명민과의 인상적인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다. 김명민은 최재웅을 보고 ‘너가 내 동생이구나’라며 거리도 두지 않고 실제 형처럼 챙겨줬다. 지난해 10월 최재웅의 결혼식에 ‘힘닿는 데까지 낳아라’라는 문구를 넣은 화한을 보내 동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안성기는 중후한 매력과 인자한 미소,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지만 최재웅은 그를 분위기 메이커라고 말했다.
“개그감각이 정말 최고예요. 농담하는 걸 좋아하시고 유쾌하면서 센스 있고 재미있으세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좋아하시고 웃고 즐기는 걸 좋아하세요.”
최재웅이 밝힌 김명민과 안성기는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재웅 본인은 반전매력을 갖고 있다. ‘페이스 메이커’에서는 내내 김명민을 애틋하게 바라보거나 인상을 찌푸린 채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실제 최재웅은 그와는 정반대다.
“쓸데없는 농담하고 장난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첫 인상은 차갑고 무뚝뚝할 것 같다고 하는데 개구쟁이예요. 그런데 ‘페이스 메이커’에서는 항상 웃지 않는 얼굴을 연기해야 해서 힘든 면이 있었죠.(웃음)”
‘오래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가 꿈이라는 최재웅. 그가 앞으로 10년, 20년 그 이상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의 다양한 매력과 오랜 연기내공을 대중에게 마음껏 쏟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명민과 안성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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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