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음이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활동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센터'라는 단어를 써서, 그룹 내 '서열'이 존재하는지 관심이 쏠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한때 가요계에는 '센터'가 분명히 존재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이를 없애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황정음은 최근 KBS '스타 인생극장'에서 '(슈가 시절) 내가 센터였는데 (아유미에) 밀려났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가요계에서 센터는 각 아이돌 그룹의 핵심 멤버를 뜻하는 말. 멤버들의 의견을 종합해 기획사와 소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리더와는 다소 다른 개념으로, 무대 위에서든 연예활동으로든 그룹 내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며 대중에게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로 각인되는 멤버를 가리킨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각 그룹에는 센터가 확실하게 존재했다. 기획사들은 대중이 가장 선호할 만한 멤버를 선정, 늘 가운데에 위치하도록 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는 꽤나 견고한 '규칙'이어서, 사소한 사진 한장을 찍을 때에도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대로 자리를 잡아야 했다.

한 사진기자는 "어떤 걸그룹이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한다기에,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센터가 미처 자리를 잡기 전에 다른 멤버가 중간에서 사진이 찍혀버려 다시 찍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당연히 연예활동도 센터에게 집중된다. 섭외 과정에서 방송사 등은 다른 멤버들은 빠져도 센터만은 반드시 참여할 것을 원하게 되고, 이는 당연히 대중에 대한 센터의 노출 빈도를 크게 높인다. 물론, 우연한 기회에 다른 멤버가 더 큰 인기를 얻게 돼 자연스럽게 센터가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 멤버간 긴장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
이같은 센터 전략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나타냈다. 센터의 인기도에 따라 그룹 전체의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데다, 멤버간 불화 등으로 인해 '장수'가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최근 가요계는 오히려 센터를 없애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그룹들은 신곡을 낼 때마다 무대 중앙에 서는 멤버들을 바꾸고 있다. 또 예능 및 드라마 출연도 최대한 골고루 시키고 있다. 한 걸그룹은 그룹 내에서 한 멤버에 대한 반응이 치솟자, 오히려 그 멤버를 잠깐 쉬게 하고 다른 멤버들을 열심히 예능에 투입했다. 인기를 모을 때, 더 많은 일을 시키는 기존 연예계 풍토와는 상당히 다른 전략. 그 관계자는 "예전 그룹들은 멤버간에 몸값이 많게는 10배나 차이났다. 센터가 다른 기획사로 눈을 돌리자 그룹이 사실상 끝났다. 한 멤버에 치중하면 당장은 큰 수익을 얻겠지만, 그룹 자체는 빨리 소멸한다. 롱런을 위해선 멤버들이 고르게 성장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돌그룹의 한 관계자도 그룹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보다 그렇지 않은 멤버들에게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멤버만 부각시키면 그룹 자체도 빨리 질린다. 요즘에는 모든 멤버들의 외모와 실력이 좋은만큼, 다른 멤버들의 개성도 살려서 그룹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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