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팬터지 하이틴 멜로 장르 연 <해를 품은 달>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1.13 13: 00

[이윤정의 공감 TALK]"이제  두번밖에 더 못본다니.." 궁궐속 10대들의 애틋하면서도 아련한 로맨스 을 보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레도 되는 겁니까"를 외쳐왔던  팬이라면 그들의 아역 연기가 다음주 두 회로 막을 내린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시청률 20%를 가뿐히 넘긴 이 궁중 판타지 로맨스의 초반 4회는 극중 대비 윤씨(김영애)의 말처럼 “참으로 어여쁜 아이들이 아닙니까”를 연발하게 만든다. 이훤(여진구)과 연우(김유정) 양명군(이민호) 는 연기 잘하는 아역들이 흔히 하기 쉬운, 지나치게 야무지고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그 나이 또래의 표정과 감정을 딱 마침맞게 담아낸다.
그래서 드라마속 궁궐 하늘에서 꽃비가 내릴 때  우리 마음에 꽃비를 내리게 했던 그 10대시절 아릿한 첫사랑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아이들이 즐거워할 때 우리도 신나고, 그들이 마음을 설렐 때 우리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들이 아파할 때 우리 마음이 무너진다.

 그러고 보니 10대들의 팬터지 멜로드라마의 배경으로 옛날 궁궐만한 것도 없어 보인다. 오늘날이라면 대통령 아들 형제와 대기업사장 고위공직자 딸의 사각관계 상류층 하이틴 로맨스 정도가 되었을 은 말그대로 ‘왕자님’과 그의 여인이 주인공이고 이들은 해와 달과 엮인 비극의 운명이라는 주술적인 기운 아래 있어 그 드라마틱함을 더한다.
게다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궁궐 생활은 오색 찬란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한 주인공들이  편지지를 꽃으로 물들이고, 그것을 다시 비단으로 감싼 연서를 주고받는 탐미를 가능케한다. “잊으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미안하구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같은 고풍스런 대사는, 현대 하이틴 로맨스에서는 보기힘든 품격을 더해주고, 또 시대적 배경은 이뤄지기 힘든 10대의 혼인까지 가능해 훨씬 더 이야기가 다양해진다.
이같은 요소들을 제대로 잘 조합시켜 선보였기에 아역분은 그저 시리즈의 어린시절 ‘프롤로그’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궁중 팬터지 하이틴 멜로 드라마’라는 나름의 장르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정통 사극에서 팩션으로, 다시 팩션에서 이나 등으로 점점 몸을 가볍게 만들며 진화해온 우리 사극의 발랄한 현재를 기분좋게 드러낸다.
다만 드라마의 전개상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주술과 관련된 이야기와 왕권을 놓고 벌어지는 정쟁같은 무거운 부분이 로맨스의 주된 분위기와 겉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다.
아마도 다음 번에는 ‘해리 포터’나 ‘트와일라잇’시리즈 같은 청소년 팬터지를 조선시대 궁중에서 펼치는 제대로 된 한국형 하이틴 팬터지 멜로 장르 드라마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역들이 사라지는 아쉬움 없이 끝까지 그들을 보며 지겹도록 설렐 수 있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칼럼니스트 dalcomha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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