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재활용. 성공 사례는 얼마나 있을까.
'재활용'이 외국인 선수 영입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SK가 그 중심에 있다. KIA가 재계약을 포기한 아퀼리노 로페즈를 영입한 SK는 곧장 브라이언 고든을 풀어줬다. 그러자 이번에는 SK가 내놓은 고든을 삼성이 잡아갔다. 외국인선수 재활용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이래 한국프로야구를 거쳐간 선수는 지난해까지 총 226명. 그 중 28명이 2개팀 이상 거쳤다. 28명 중에서도 시즌 중 또는 이듬해 유니폼을 갈아 입은 선수는 24명. 틸슨 브리또와 크리스 니코스키처럼 2번 이상 팀을 옮긴 선수들의 케이스를 포함할 경우 외국인선수 재활용은 모두 27차례 있었다. 전력 보강의 의미가 강했던 2002년 브리또의 삼성 트레이드를 제외하면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성공 사례는 KIA에서 두산으로 옮긴 다니엘 리오스였다. 2005년 7월 시즌 중 KIA에서 퇴출 위기 직전에 놓였던 리오스를 두산이 전병두와 김주호를 내주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두산 이적 후 리오스는 9승2패 평균자책점 1.37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반전을 연출하며 두산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22승으로 MVP를 차지한 2007년까지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기교파 좌완' 게리 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KIA에서 7승9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한 뒤 시장에 나온 레스는 두산의 부름을 받았다. 레스는 이적 첫 해였던 2002년 16승8패 평균자책점 3.87로 단숨에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리오스와 레스 모두 KIA 출신 외국인 투수들로 두산이 재활용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01년 삼성에서 활약한 뒤 2002~2003년 LG에서 뛴 외야수 매니 마르티네스, 2006년 SK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후 2007년 롯데에 둥지를 튼 마무리 호세 카브레라, 2008년 한화에서 시작한 뒤 2009년 넥센으로 옮긴 외야수 덕 클락 정도가 비교적 성공한 재활용 케이스로 꼽힌다.
그러나 오히려 실패 사례가 훨씬 많다. 팀을 옮겼으나 첫 해부터 중도 퇴출된 선수만 10명. 특히 LG는 댄 로마이어, 톰 퀸란, 팀 하리칼라, 제이미 브라운까지 시즌 중 퇴출시킨 재활용 선수만 4명이나 된다. 이미 한국야구에서 한계를 드러낸 선수들이었고, 팀을 옮겼지만 더 이상의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외국인선수 재활용은 LG(6회)·두산(5회)·넥센(4회) 순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KIA는 2007년 래리 서튼이 유일하게 재활용 선수로 8개팀 중 가장 적었다. 반대로 가장 많은 재활용 선수를 배출한 팀은 삼성(6회)·SK(6회)였으며 가장 적은 팀은 두산으로 딱 한 차례였다. 2010년 니코스키가 이듬해 넥센의 대체 선수로 뛰었다.
과연 올해 재활용 외국인선수들은 어떤 결과를 낼까. SK는 로페즈의 이닝이터 능력을 높게 봤고, 삼성은 고든의 빠른 공과 안정감에 매력을 느꼈다. 고든을 버리고 로페즈를 택한 SK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