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승패는 상관 안해요.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게 좋은 거죠".
요즘 말로 소위 '쿨'한 소년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문성현(21)은 지난해 30경기에 나와 5승12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최다패 부문 1위인 브랜든 나이트(15패)에 못지 않은 패수다. 2년차 유망주에 대한 기대에 비해서는 낮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성현은 씩씩했다. 문성현은 13일 훈련을 마친 뒤 "나는 지난 시즌 나쁘지 않았다. 일단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었던 게 좋다. 그리고 평균자책점도 2010년 4.93에서 4.34로 낮아졌다. 승패은 상관없다. 아픈 곳 없이 나 스스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며 만족했다. 세상 누구의 평가보다 스스로 나아지고 있는지에 더 귀기울이는 그였다.
그리고 문성현은 올해 더 나아질 예정이다. 먼저 15일 떠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제구력을 높일 생각이다. 그는 "오락가락하지 않고 안정된 피칭을 하고 싶다. 일단 가서 많이 던져봐야 릴리스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가서 마음껏 훈련하고 싶다"고 훈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목표는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문성현은 "지난해 평균자책점을 4점대 초반으로 떨어뜨린 만큼 올해는 3점대로 내려보고 싶다. 그리고 지난해 규정이닝에서 2⅓이닝 모자랐다. 올해엔 16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 올해 보니까 나는 1회, 2회에 내려오는 조기강판이 많았다. 그런 것만 줄여도 160이닝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나 문성현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치열한 선발 싸움에서 성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넥센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새로 영입한 밴 헤켄을 제외한 선발 세 자리를 놓고 문성현, 김수경, 김성태, 강윤구, 심수창, 김영민 등 다수의 국내 선수들이 경쟁해야 한다.
문성현은 "나는 내가 준비해야 할 것만 하는 스타일이다. 일단 잘 준비한 뒤 시즌 때 한 번 부딪혀 보겠다. 내가 목표로 한 160이닝을 소화한다는 건 풀타임을 뛴다는 것 아닌가. 선발, 계투 등 보직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하시겠지만 나는 내 목표를 위해 던지겠다"고 새 시즌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을 판단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수가 성장하고 있느냐다. 당장의 성적보다 자신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겁없는 어린이' 문성현의 성장기는 앞으로도 쭉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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