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진식이 보는 삼성화재와 외국인 공격수들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1.14 07: 50

‘갈색 폭격기’ 신진식(37)은 적어도 배구 판에서는 난 놈이었다. 188cm의 배구 선수로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워낙 기본기가 탁월했고 멀리서 보면 체형이 오랑우탄과 비슷할 만큼 유난히 긴 팔도 단신(?)의 핸디캡을 커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어릴 적부터 체력과 승부욕도 남달랐다. 남성고 재학 시절 교내 마라톤 대회를 3연패 한 것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고 당시 성균관대 사령탑이었던 김남성 감독(현 대한배구협회 이사)이 그를 데려가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설득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물론 이는 사실은 아니다. 김남성 감독이 매일 같이 서울에서 익산을 내려오며 물밑 작업을 한 것은 맞지만 신진식이 성균관대 진학을 결심한 것은 ‘임꺽정’ 임도헌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고 한다.

1996년에 실업 무대에 데뷔한 이래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신진식은 2007년 은퇴 이후 호주 연수와 국가대표팀 트레이너, 그리고 방송 해설위원 등을 거쳐 2011년 6월 홍익대 배구부 감독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제자들과 겨울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신진식 감독을 지난 13일 찾았다. 
● 삼성화재 깨는 방법? “잽을 계속 날려야...”
삼성화재는 신진식 감독이 현역으로 활동할 시절 김세진 김상우 김규선 장병철 최태웅 등과 함께 국내 배구 역사상 전무후무할 77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3년 여 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건데 지금으로 따지면 최소 두 시즌을 무패로 우승해야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지금도 삼성화재는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화재, 왜 이렇게 강할까.
신진식 감독은 첫 번째로 피나는 노력을 꼽았다. 그는 “내가 현역 생활을 할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신치용 감독님 아래서 정말 혹독하게 훈련했던 기억이 난다. 단순히 매일 짜여진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가령 러닝을 한다면 매일 같이 자기 기록을 줄여 나가야 했다. 밖에서는 멤버가 좋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말 토 나오도록 연습하다 보니 실전에서 지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다 같은 생각이었고 그렇게 1승이 쌓이고 쌓여서 77연승이 됐다. 배구 인생 최고의 기억”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에 비해 무뎌졌다고 해도 삼성화재는 삼성화재다. 올 시즌에도 패배는 단 2번뿐이다. 이에 대해 신진식감독은 “대한항공도 전력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 못지 않다. 하지만 이기는 방법을 알고, 이기는 것에 습관이 들여진 팀은 단순히 전력이 비슷하다고 해서, 혹은 약간 우위라고 해서 쉽게 꺾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말은 쉽겠지만, 득점을 올려줘야 할 때 올려주고 막아야 할 때 막아줄 수 있는 팀이 삼성화재다. 무너뜨리는 방법이라면... 잽을 계속 날려야 되지 않을까. 찬스가 왔을 때 한 번씩 한 번씩 패배를 안기면서 이기는 습관을 무너뜨리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V리그 최고의 외인 공격수는? “1강 2중 1약”
현역 시절 역대 최고의 레프트 공격수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신진식 감독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지금은 대학무대에 몸담고 있지만 그는 지금도 틈틈이 경기장을 찾는다. 말이 나온 김에 갈색 폭격기가 느끼는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신진식 감독은 ‘1강-가빈(삼성화재) 2중-안젤코(KEPCO), 마틴(대한항공) 1약-수니아스(현대캐피탈)’로 구분했다. 하지만 기량이 차이가 아닌 마인드의 차이를 강조했다. 신진식 감독은 “가빈은 ‘공격의 정석’을 보여준다. 그러나 서로들 기술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용병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얼마나 팀에 녹아드느냐 하는 ‘마인드’의 차이인 것 같다. 기술은 마인드를 통해 최적화 된다. 한국 무대 3년차의 가빈은 삼성이라는 팀컬러와 자신의 팀원들에 완전히 녹아들며 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진식 감독은 안젤코와 마틴의 플레이를 볼 때면 가끔 ‘내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의식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젤코는 승부욕이 강하고 득점력이 좋다. 마틴은 누구를 만나든 자기 몫은 꼭 해주는 선수다. 그러나 둘 다 중요한 순간에서 냉정함이 떨어진다. 세게 때린다고 2점 주는 건 아니다. 각을 보고 때려도 충분히 먹히는데 마음이 앞서다 보니 국내 선수들한테 걸린다. 그 차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진식 감독은 수니아스에 대해선 더 영리한 플레이를 펼칠 필요가 있다고 충고를 던졌다. 리그 초반과는 달리 한국 무대에 적응을 했고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본인이 적응한 시간만큼 상대 역시 수니아스의 공격 패턴을 어느 정도 읽고 있다는 것. 신진식 감독은 “스스로 이를 잘 숙지해야 한다. 공격 패턴의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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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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