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은 최고조, 원준 선배 공백 메워야죠".
지난 시즌 롯데 마운드 운용의 시금석은 '영건' 고원준(22)이었다. 시즌 초 불펜으로 시작한 고원준은 대담한 피칭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고, 양승호(52) 감독은 고원준에 '무한 신뢰'를 보여주며 기용 빈도를 늘려갔다. 마침 시즌 초반 롯데 불펜은 집단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이었기에 고원준의 등판은 잦아졌고, 점점 공략당하는 일이 잦아졌다. 동시에 성적 부진을 면치 못하며 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양 감독은 결국 고원준을 선발로 전환하며 마운드 안정을 찾았다.
양 감독은 "고원준이 지난해보다 못 하면 큰일 난다"라며 고원준을 키 플레이어로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011년 고원준이 거둔 성적은 36경기 등판(22선발) 152⅔이닝 9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19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여러 보직을 거치는 와중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불펜으로 뛰던 시즌 초반에는 짠물 피칭(ERA 2.95)에 낮은 피안타율(.195)로 정상급 피칭을 선보였고 선발로 전환해서는 등판 때마다 평균 6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팅 능력도 보여줬다.

올해는 고원준의 활약이 더욱 절실하다. 15승 좌완 장원준의 군 복무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양 감독은 "송승준, 사도스키를 제외하고는 선발 확정된 선수가 없다"고 말 할 정도로 선발진 구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고원준은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양 감독은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확정이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을 의식해서인지 고원준은 지난해 12월 송승준, 김사율 등 투수조 선배들과 개인 경비로 괌 훈련을 떠났다. 사이판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진 고원준이지만 현재 컨디션은 최상이다. 그는 "괌에 선배들과 같이 다녀왔는데 정말 더웠다. 움직이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라며 "그래도 따뜻한 곳에서 훈련을 하니 몸은 금방 풀어진 것 같다. 몸 아픈 곳은 한 군데도 없다"며 웃었다.
고원준의 올 시즌 당면 목표는 선발진에 자리를 굳히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선발 투수가 목표다.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선발진에 합류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장)원준이 형이 입대하면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지 않았는가. 그 공백을 메운다는 각오"라고 당차게 밝혔다. 성은 달라도 이름은 같은 장원준의 공백을 자신의 어깨로 최소화 하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데뷔 첫 해 신인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작년 고원준은 '2년차 징크스란 없다'라는 모습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선발로는 3차례나 완투(공동 1위)를 하며 나이답지 않은 경기 운영능력을 보여줬고 마무리로 등판했을 때 역시 짠물 피칭으로 리그 정상급 재능을 선보였다. 더욱 커진 팀내 비중으로 맞이할 고원준의 3년차, 그의 어깨에 롯데의 한 시즌 마운드 운용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