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 "'1박 2일' 초기엔 이등병, 지금은 상병같아"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1.14 08: 03

[OSEN=김경주 인턴기자] 그에겐 수많은 별명이 존재한다. '엄포스', '엄순둥' 그리고 '엄액션'까지. 이처럼 많은 별명에 그 자신도 "요즘엔 동요 '내 동생 곱슬머리'가 제 이야기 같아요. '이름은 하난데 별명은 서너개'. 별명이 다 좋은 뜻이여서 좋아요"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그가 이번엔 '엄그랜트'로 또 한 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장례 데이트'라는 독특한 소재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네버엔딩스토리'의 엄태웅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한 여인을 향한 진정한 로맨티스트로 여심을 흔들고 있다. 극 중 낙천적 성격의 동주 역을 맡은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사랑의 설렘에 신기해하고 사랑의 아픔에 슬퍼하는 솔직담백한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속 '엄그랜트'의 마음을 사로잡은 행운의 여성은 바로 배우 정려원. 두 사람은 상영 내내 관객들의 부러움이 담긴 질투의 시선을 받으며 알콩달콩한 커플의 진수를 보여준다. 진짜 연인같았던 두 사람은 촬영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지난 1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태웅은 촬영 내내 정려원과 연애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저와 려원씨, 그러니까 극 중 동주와 송경이 알콩달콩하게 설레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때문에 촬영 당시 려원씨랑 연애하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혼자 오신 관객분들은 연애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고 커플로 오신 분들은 상대방의 손을 꼭 잡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랬던걸까. 그는 관객 250만 명이 넘으면 정려원과 결혼을 하겠다는 폭탄 공약을 해 모두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정말 목표가 달성되면 결혼을 하실 꺼냐는 질문에 그는 쑥스러운 듯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것이 너무 커져버렸다고.
"장난으로 시작한 것 치곤 일이 커졌죠. 제작발표회때 정려원씨와 결혼을 하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언론 시사회때는 수습을 했었어야 했어요(웃음). 그런데 그 때 느낀 점이 다른 여배우같으면 뭐라고 했을텐데 옆에서 또 심각하게 '결혼 얘기를 듣고 기도했다'고 말해주는 려원씨도 대단하더라고요(웃음)."
수많은 작품을 해오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던 그이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연기, 영화가 있다고 한다. 바로 영화 '무간도'와 같은 느와르 작품.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칭찬에 그는 또 한 번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가장 나에게 잘 맞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베스트를 찾아서 하겠지만 욕심이 있다면 느와르 장르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영화 '무간도' 같은 느와르 말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엄순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1박 2일'에 출연하고 있는 엄태웅은 그동안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엄포스'의 모습과는 다른 순하고 사람 좋은 미소로 전 국민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부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영화 '특수본'에선 남자다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1박 2일'에만 가면 순둥이로 변신해 카멜레온같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
지금은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배우로서 첫 예능 고정 출연은 쉽지만은 않았을터. 그는 '1박 2일' 출연 당시 받았던 악플로 인해 고생을 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말이 없다", "예능감이 떨어진다" 등의 악플을 받았었다.
"고생이 상당했었죠. 하지만 어쩔 수 없더라고요.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박 2일'을) 시작할 때에도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어요. '배우로서 일을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예능을) 하느냐', '배우적인 면에서 손해가 많을 수도 있다' 등의 걱정이요. 저도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예능 출연을 통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소감을 전했다. 가장 먼저 꼽은 것은 대중의 호감도. 스크린과 브라운관만으로 대중을 만나는 배우들은 아무래도 조금은 먼 세계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능 출연을 통해 그런 의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었던 것.
"예능 출연은 재밌는 선택이었고 그만큼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어요. 대중이 저에게 느끼는 호감도가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능 출연 이후) 영화나 드라마를 해도 호응이 더 좋은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참 재밌는 일이었어요."
그에게 많은 것을 안겨 준 '1박 2일'이었지만 처음으로 예능 고정에 도전하는 그에게 리얼 버라이어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가 지금껏 지내왔던 영화, 드라마 촬영 현장과는 또 다른 작업장이었으며 왠만한 개그맨들도 어렵다는 리얼 버라이어티 촬영이었기 때문.
"'1박 2일'의 나 PD님을 만났을 때 PD님이 그러셨어요. 그저 나를 내려놓고 놀다가면 된다고. 엄태웅을 내려놓고 즐기다 가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기상벨이 울리면 제일 먼저 일어나야지, 이럴땐 이렇게 해야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까 머리가 아플 지경이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를 지금의 '엄순둥'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1박 2일'에 임하는 자세를 군대로 비유했다. '1박 2일'에 처음 들어갔던 때는 군대 초반의 이등병,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은 상병이라는 것.
"초반엔 어려웠는데 이제는 알겠더라고요. '1박 2일'을 군대로 비유하자면 초반에 저는 이등병이었던거에요. 이등병때는 긴장이 돼서 잘 못하잖아요. 지금은 상병 정도 돼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그러다보니 돌아가는 것들도 알게 되고, 요령도 부리게 됐습니다. 장난도 치고요. 그것을 알기까진 시간이 꽤 걸렸던 같아요."
지금 대중이 가지는 초미의 관심사는 종영을 앞둔 '1박 2일' 시즌 2의 여부일 것이다. KBS 일요 예능을 오랜시간 책임져왔던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던만큼 '1박 2일' 종영에 많은 아쉬움을 갖는 대중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 이수근이 남는다면 ('1박 2일'을) 하겠다고 말한 그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때 상황을 보고 더 생각해야죠. 시즌 2가 방송되거나 멤버들이 남는다는 등 확실한 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예능에 적응했다고 해서 토크쇼를 하거나 다른 예능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많이 부족하니까요.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편하게 노는 건 할 수 있는데 스튜디오 안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건 어렵기만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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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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