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해외 캠프' LG 이성진의 설레는 마음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2.01.14 13: 36

"정말 가고 싶었는데 제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만년 2군 선수로만 인식됐던 LG 트윈스 우완 영건 이성진(21)에게 2012년 연초부터 기회가 찾아왔다.
이성진은 15일 사이판으로 떠나는 투수 포수조 해외 전지훈련 명단에 당당히 포함되어 프로 입단 후 세 번째 시즌 만에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스프링캠프를 맞게 된다.

13일 오후 캠프에 필요한 장비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던 이성진은 "해외 전지훈련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는데 제 이름이 불리니깐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안 지나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생겼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망주 이성진, 투심 위해 밤새 피칭 1000개
지난 2009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이성진은 우완 투수로 팔 스윙이 빨라 공을 때리는 능력이 우수하다. 워낙 공격적이다 보니 가끔은 지나치게 맞서다 적시타를 맞고 아쉬워하지만 이 모든 것이 타고난 승부욕 때문이다.
이성진은 지난해 1군에 두세 차례 올라왔다. 정식 엔트리 등록이 아닌 배팅볼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즌 성적이 괜찮아지니까 호출을 받았다. 1군에 올라와 라이브 배팅을 소화했는데 그리곤 곧바로 2군으로 다시 내려갔죠"라고 대답했다.
이성진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29경기에 등판해 7승1패 평균자책점 5.38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도 75⅓이닝 동안 95안타를 맞고 33삼진을 잡아냈다.
그의 투구의 최대 장점은 투심 패스트볼이다. 이성진은 직구처럼 날아오다 좌타자 바깥으로 살짝 휘어져 나가는 투심을 던지기 위해 1년 전 진주 캠프에서 새벽까지 혼자서 그물에 10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 자신의 구종으로 만들었다.
이성진은 "진주 캠프 전부터 거의 3달 동안 투심을 어떻게 던지면 좋을지 고심을 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2월 진주 스프링 때 투심을 던지는데 손 끝에서 느낌이 오는 것 같다가 또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야간 훈련 끝나고 혼자 연암공대 실내연습장에 나와 불을 켜고 던졌죠. 던지다 보니 새벽이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요미우리 1군 상대 7이닝 1실점 호투
투심을 자신의 구위로 장착한 이성진은 지난해 10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일명 공포의 타선으로 불리는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1군과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LG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하고 있었고, 요미우리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연습 경기 차원에서 교육리그 팀이 아닌 1군 멤버가 나섰다. 아베를 포함한 라미레스, 오가사와라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선발로 출장했지만 이성진은 자신감 하나로 요미우리 타선을 꽁꽁 틀어 막았다.
이날 요미우리 선발 라인업으로 나선 선수들의 연봉은 500억원이다. 그러나 이성진의 연봉은 2400만원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요미우리 하라 감독은 "이성진은 재능있는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성진의 호투에 패한 요미우리는 경기 후 특별 훈련까지 했다. 이성진은 "나 때문에 요미우리 선수들 사이에 집합이 결렸어요"라고 웃은 뒤 "요미우리라는 팀을 상대로 선발로 등판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죠. 그런데 내 공을 믿고 자신감있게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덕분에 이제 1군에 던져도 잘 할 것 같다는 자신감도 붙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2년 3가지 목표 향해 뛴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처음으로 사이판 땅을 밟게 되는 이성진은 가슴 속에 3가지 목표를 정했다.
이성진은 가장 먼저 일단 사이판 전지훈련을 마친 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도 합류하는 것이다. LG는 사이판에 15명의 투수들만 데려간다. 체력훈련에서 탈락한 '에이스' 박현준, 유원상, 우규민은 진주에서 훈련한다. 이들은 1군 즉시 전력감으로 진주에서 몸만 만들어지면 일본 오키나와 합류가 가능하다.
이성진이 사이판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2월 2일 한국에 귀국해 3일 오키나와가 아닌 진주로 갈 수도 있다. 그 역시 "사이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꼭 오키나와로 가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두 번째 목표는 의외로 단순했다. 이성진은 "정규시즌 개막 때 1군 엔트리에 들어서 잠실 덕아웃에 앉아 유광 점퍼를 입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보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성진은 "1군 마운드에 올라 직접 공을 던져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배팅볼을 던져주기 위해서 마운드에 서는 것이 아니라 상대팀 타자들을 상대로 투심을 던져보고 싶은 열망이 크다.
"아직 신인왕 후보에요"라고 말한 이성진은 "일단 작은 목표를 이루고 난 뒤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며 또 다시 체력 훈련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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