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선언' 이재곤, "정대현 선배 표정 닮고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1.14 14: 31

"정대현 선배의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 있는 표정을 닮고 싶어요. 저는 그게 부족했던 것 같거든요".
많은 선수들에게 소포모어 징크스(2년차 징크스)는 피하고만 싶은 장벽이다. 한 때 모래판을 지배했던 방송인 강호동은 "아무런 정보가 없는 고등학교 1학년이 가장 부담스러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신인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근거가 됨과 동시에 소포모어 징크스에 설득력을 제공한다. 데뷔 시즌은 기존 선수들에게 낯설다는 장점으로 활약을 보였으나 2년차에는 상대의 집중 견제와 전력 분석 등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일이 잦다.
롯데 자이언츠 사이드암 이재곤(24)도 지난해 혹독한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7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재곤은 일찌감치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쳤고 2010년 1군 무대서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지 시작했다. 2010년 후반기 선발 한 축을 맡은 이재곤은 22경기서 124이닝 동안 8승 3패 평균자책점 4.14를 거두며 롯데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은 양승호 감독의 믿음 속에 5선발로 시즌을 맞았으나 거듭된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후 불펜에서도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줘 결국 39경기 56⅔이닝 3승 5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35에 그쳤다.

힘겨웠던 지난 시즌이었지만 이재곤은 그 가운데서 성장했다. 12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재곤은 작년 부진에 대해 "모두 내 마음에서 온 것이다"라고 표현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즌 초에 조금 안 풀리기 시작하니 내 마음 속으로 '혹시 2년차 징크스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 번 그렇게 생각이 들고나니 잘 안 풀릴 때마다 '징크스라서 그런가 보다'고 약한 마음을 갖게 된 게 원인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지난해 시작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4월 3일 첫 선발 등판서 한화를 상대로 4⅓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을 떠안긴 했지만 투구 내용은 괜찮았다. 그렇지만 이어진 등판에서 잇따라 2이닝 3실점, 3⅔이닝 3실점, 1⅓이닝 4실점을 하며 자신감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믿었던 싱커가 듣질 않았고 마운드에서 작아져만 갔다. 안 될 때마다 '징크스라서 그런가'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떠올랐다.
결국 관건은 마음가짐이다. 이재곤은 "작년엔 내가 지고 들어갔다. 올해는 자신감있는 피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서 이재곤은 정대현이라는 멘토를 얻게 됐다. 국내 최고의 싱커볼 투수인 정대현은 같은 옆구리인 이재곤에게 기량이나 정신적인 면 모든 부문에서 본 받아야 할 목표다. 이재곤은 "인사는 드렸지만 정대현 선배와 아직 개인적인 친분을 쌓지는 못했다"면서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배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다"며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재곤이 정대현에게 배우고 싶은 것은 마인드다. 그는 "정대현 선배는 마운드 위에서 표정이 전혀 없다. 올림픽 결승전에서도 그런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게 대단하다"면서 "위기에서 투수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타자가 오히려 '날 만만하게 보나'라고 생각하며 흥분하기 마련이다. 정대현 선배의 마운드 위에서의 얼굴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정대현의 주무기인 싱커 역시 배우고 싶은 무기다. 이재곤은 "정대현 선배 싱커가 특별한 이유는 팔각도가 아래에서 올라오는데다가 회전을 많이 줘서 움직임이 심하기 때문"이라며 "또 커브도 정말 대단하다. 배울 게 많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재곤의 올 시즌 목표는 선발진 진입과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 그는 "솔직히 선발 경쟁을 하고 싶기는 하다. 그렇지만 일단은 어느 보직에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친 걸 팀에 보답하고 싶다"면서 "여기에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겨우내 꾸준한 운동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위한 몸은 만들어졌다. 이제 이를 악문 '용띠' 이재곤의 용틀임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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