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손아섭(24,외야수)를 끝으로 2012년도 연봉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롯데는 14일 사직구장에서 마지막 미계약자였던 손아섭과 만나 지난해 연봉인 8천만 원에서 62.5% 인상된 1억3천만 원에 연봉 협상을 마쳤다. 이로써 롯데는 15일 사이판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 재계약 대상자 63명 전원과 계약을 마무리짓는 데 성공했다. 2010년 이정훈(넥센), 2011년 이대호(오릭스)와 각각 연봉조정신청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3년 만에 무사통과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 롯데 선수단의 평균 연봉 상승률(FA, 군보류선수 제외)은 24%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롯데의 평균 연봉상승률은 24%로 올해와 동률이었다. 그러나 7관왕을 달성해 거액 연봉을 기록했던 이대호를 제외하면 작년 연봉 상승률은 19.1%로 떨어진다. 참고로 재작년 평균 연봉 상승률 역시 19% 수준을 유지했었다.

이번 롯데의 연봉협상을 통해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는 김사율이다. 지난해 리그 세이브 2위에 오르며 깜짝 활약을 펼친 김사율은 홍성흔에 이어 올 시즌 주장으로 선임됐고 지난해 연봉 6천만 원에서 117% 인상된 1억3천만 원에 사인을 했다. 최고 상승액의 주인공은 장원준이 됐다. 지난해 말 경찰청에 입대한 장원준은 2억 원에서 3억2천만 원으로 연봉이 뛰었다. 최고연봉자는 4억 원의 홍성흔이고 최고 삭감률은 3천5백만 원에서 7백만 원이 깎이며 20%의 삭감을 당한 이왕기가 기록했다.
▲ 달라진 롯데의 협상 전략, '간담상조(肝膽相照)'
이제까지 롯데의 이미지는 '짠돌이 구단'에 가까웠다. 성적 부진자는 과감한 삭감의 칼날을 피해가기 힘들었고, 다시 올라가는 속도는 느렸다. 또한 처음부터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기 보다는 최저 금액부터 시작해 구단측과 선수의 신경전이 장기간 이어졌다. 결국 롯데는 재작년 이정훈, 작년 이대호 등 2년 연속으로 연봉조정신청까지 가기도 했다. 이들 두 선수는 결국 트레이드와 FA로 팀을 떠났다.
그렇지만 올해는 달랐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2위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의 전략 자체가 바뀌었다. 롯데는 올해부터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의 최대치를 첫 만남부터 제시했다. 덕분에 예년보다 쉽게 연봉협상이 진행됐다. 모 선수는 "작년 기준으로 얼마쯤 제시하겠다고 짐작한 뒤 협상에 들어갔다가 예상보다 높은 액수에 조금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가 협상 전략을 바꾼 데에는 이문한 운영부장의 영향이 있었다. 삼성에서 오랜 기간 운영팀 업무를 맡아 온 이 부장은 지난해 10월 고향팀 롯데에 돌아왔다. 이 부장은 롯데의 연봉협상 전략 수정에 대해 "올해부터는 처음부터 최대치를 제시하고 고과 시스템을 완전하게 공개해 선수들에게 설명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예전에는 처음 사인하는 선수는 불이익을 받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누가 구단과 일찍 계약을 맺겠는가"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른바 '간담상조(肝膽相照-간과 쓸개를 보여주듯 모든 걸 드러낸다)' 전략이다. 구단은 가능한 최대 금액과 고과 산출 과정을 선수들에 모두 공개했다. 덕분에 롯데는 연봉협상을 큰 잡음 없이 마무리짓고 전지훈련을 떠날 수 있게 됐다. 20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롯데 구단으로선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 '협상의 여지가 줄어 들었다' 지적도
예년보다는 순조로운 연봉 협상이었지만 마찰도 있었다.구단은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를 1차 협상 때부터 제시했지만 그 액수에 만족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협상을 통해 금액을 조정할 기회를 잃었다고 호소했다. 한 선수는 "처음 제시받은 액수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구단에서 '어차피 줄 수 있는 최대치니 버텨봐야 더 안 올라간다'라고 하기에 몇 번 더 만나보고 그냥 도장을 찍었다"고 토로했다.
테이블에서 제시한 연봉이 구단 입장에서 책정한 최대치일 뿐 선수 개개인이 느끼는 액수와는 온도차가 있었다는 게 선수단의 목소리다. 그럴 경우는 구단과 선수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번 연봉 협상에서 롯데는 처음부터 내부에서 책정한 최대치를 제시해 협상의 여지가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 부장은 "어떤 연봉협상 방법도 완벽할 수는 없다. 고과 산정이나 협상 등에서 보완할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최대한 받을 수 있을 때 받고자 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앞으로 계속 발전 보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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