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모로 악재에 부딪힌 거포. 그러나 타 팀에 갈 경우 부메랑이 될 수 있어 임의탈퇴 가능성도 있다. 트레이드 가능성 또한 넥센 히어로즈와의 창구 외에는 없다. 두산 베어스행 가능성도 있으나 이는 현실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빅초이’ 최희섭(33. KIA 타이거즈)의 서울 가는 길은 의외로 험난하다.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떠난 KIA 선수단. 이 시점에서 훈련 불참 등으로 인해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넌 최희섭의 거취가 더욱 궁금해진다. 현재 KIA는 넥센과의 트레이드 창구를 아직 닫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임의탈퇴도 가능하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희섭 영입을 위해 넥센에서 제시되는 카드는 좌완 계투 1명+외야수 1명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 소속 전도유망한 우완과의 트레이드 가능성도 제기되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KIA측은 “올 시즌 순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김진욱 감독 또한 “20홈런-80타점을 보장하더라도 팀이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활약을 해주는 타자가 필요하다”라며 트레이드 난색 의사를 에둘러 표시했다. 최희섭은 지난해 부상 등이 겹치며 70경기 2할8푼1리 9홈런 37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주전 1루수 최준석의 무릎이 온전한 편은 아닌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KIA와 두산은 이미 지난 2010년 초 ‘스나이퍼’ 장성호(한화)를 놓고 트레이드를 할 뻔 했다. 전임 김경문 감독이 우승을 위해 경험 많은 타자의 가세를 원했던 데다 KIA 또한 이름값이 확실한 장성호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차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당시 KIA가 원했던 카드는 오재원, 양의지였다. KIA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데다 발 빠른 오재원을 얻고 연고 출신 포수이자 한 방을 갖춘 양의지를 데려오고 싶어했다. 실제로 양의지는 광주 진흥고 출신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2005년 KIA 내에서 상위 픽으로 지명할 만한 유망주로 거론되었던 바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 2007년 1군 3경기 출장에 그쳤던 양의지가 거론된 데 대해 김경문 감독의 관심도가 양의지 쪽으로 쏠리며 2-1 트레이드 협상 테이블이 접혔다. 결과적으로 오재원은 지난 시즌 도루왕(46도루)이 되었고 양의지는 2010시즌 신인왕이자 두산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자라났다. 그에 반해 장성호는 한화에서 부상 등으로 인해 2년 동안 평균 타율 2할4푼4리에 그쳤다. 만약 2-1 트레이드가 성립되었다면 두산은 지난해 도루왕과 전도유망한 주전 포수를 KIA에 넘겨줄 뻔 했다.
2010년 4월 KIA와 두산은 장성호와 우완 김상현을 1-1 트레이드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김상현이 왼 무릎 타박상으로 2군에 있기는 했으나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언론에 먼저 이것이 알려졌고 KIA가 김상현이 그 당시 2군 실전에서 던지고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면서 협상이 없던 일이 되었다. 트레이드 소식이 외부로 알려졌을 때 마침 KIA는 두산과 2군 3연전 일정을 치르고 있었다. KIA 육성군이 충분히 김상현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용이했다.
설상가상 김상현은 타박상이 쉽게 낫지 않아 정밀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 골지방종 판정이 나왔다. 결국 김상현은 이로 인해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김상현의 골지방종은 골다공증으로 와전되어 KIA 측이 굉장히 심기 불편해 하기도 했다. 골다공증은 사실상 선수 생명의 끝을 의미하는 만큼 KIA가 “앞으로 뛰지 못할 선수를 받을 뻔 했다”라는 오해를 충분히 품을 수 있었다.
2년 전 앙금은 많이 사라졌으나 당시 트레이드 협상에서 생긴 생채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KIA에서는 1군 우익수 요원과 확실한 계투 요원을 수혈받고 싶어하지만 마땅치 않다. 그것도 4강 경쟁을 놓고 다툴 수 있는 두산에 1루수 최희섭을 넘겨주는 것은 엄청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서울팀으로의 이적을 원하는 최희섭이지만 LG와 두산이 협상 창구를 아예 닫았거나 조금만 열어두고 있어 KIA 입장에서는 넥센과 사실상 단독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시장이 큰 만큼 선수 교환 및 이동이 활발한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 시장은 협소하다. 게다가 그 손익이 두고두고 야구팬들의 뇌리에 남는 만큼 섣불리 선수 교환을 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전신 해태 시절이던 1986년 한대화-양승호+황기선(OB, 두산의 전신), 2009년 김상현+박기남-강철민(전 LG) 두 개의 역사적 트레이드로 재미를 본 KIA가 과연 최희섭 트레이드를 통해 팀이 원하는 선수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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