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힘을 보여줄 것인가.
2012년 프로야구에는 불혹의 사나이들이 대거 등장한다. 우리나이를 기준으로 할 때 '최고령 선수' KIA 이종범(42)을 비롯해 LG 최동수(41) SK 박경완(40) 박재홍(39) 넥센 송지만(39) 한화 박찬호(39)가 불혹의 선수로 줄지어 서있다.
현역 최고령 선수가 된 이종범은 야수로는 처음으로 만 42세 선수가 됐다. 종전 최고령 야수로 기록된 김동수와 양준혁은 만 41세까지 선수로 뛰었다. 이종범은 지난해에도 1군에서 97경기 타율 2할7푼7리 3홈런 24타점으로 백업 멤버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올해도 1군 멤버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을 것이다.

이종범 다음 가는 최고령은 LG로 복귀한 최동수다. 그는 이미 지난해 최고령 포수 기록을 쓴 바 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최고령 홈런까지 갈아치우며 녹슬지 않은 한 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LG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건 최동수처럼 포기하지 않고 승부하는 것이다.
올해로 어느덧 22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 SK 포수 박경완은 출장 시즌으로만 따지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다. 종전에는 송진우가 21시즌을 뛰었는데 박경완이 이를 뛰어넘게 된 것이다. 박경완은 지난해 부상·수술로 고생했지만 여전히 투수리드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만으로는 39세이지만 우리나이로 40세가 되며 불혹의 클럽에 가입한 선수도 있는데 박재홍·송지만·박찬호가 바로 그들이다.
선수협의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박재홍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은퇴 권유를 받으며 선수생활의 중대 기로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동수의 LG 이적 후 SK로부터 잔류 요청을 받았다. 대망의 300홈런-300도루까지는 5홈런-33도루가 남아있다. 오른손 대타의 역할 그 이상의 입지를 다지고 싶어한다.
이숭용이 은퇴한 넥센에서 송지만은 이제 마지막 보루와 다름없다. '자기관리의 화신'으로 불릴 정도로 불혹의 선수답지 않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도 타율 2할6푼6리 9홈런 43타점으로 노익장을 자랑했다. 이택근의 복귀로 타선이 강화된 넥센이지만 찬스에 강한 송지만의 해결 본능은 여전히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을 보내고, 일본에서 1년을 뛴 뒤 불혹의 나이에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하는 박찬호도 있다. 어느덧 불혹으로 최고령 투수가 된 그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자기관리가 워낙 철저한 데다 노련함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장사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노장들의 존재야말로 우리 시대의 희망이다. 6명의 불혹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펼칠 노익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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