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마이웨이'가 흥행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손익분기점 달성은 머나먼 고지처럼 요원한 상황이고 당장 300만명 관객 동원에도 숨을 깔딱거리는 중이다. 280억원 제작비가 할리우드의 전쟁영화에 비교해서 너무 적었기 때문일까?
투자사인 CJ E&M 측은 '280억원 제작비로 뛰어난 전쟁장면을 담아낸 '마이웨이'는 2차 세계대전을 스크린에 담아냄에 있어 할리우드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고 자평했다.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로 천만관객을 돌파한 강제규 감독은 이번에도 전쟁 블록버스터를 연출하며 훌륭한 영상을 만들어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마이웨이'는 여타 할리우드 전쟁영화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찍었다. 투자사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가장 리얼하게 찍은 것으로 유명한 대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1998년 당시 6500만달러(한화 745억원)의 제작비를 썼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마이웨이' 보다 4~5배 가량의 돈을 들인 셈이다.

이외 할리우드 전쟁 블록버스터들의 제작비를 보면 '씬 레드 라인' 596억원(1999) '에너미 앳 더 게이트' 802억원(2001) '진주만' 1605억원(2001) '블랙 호크 다운' 1055억원(2002) '피아니스트' 419억원(2003) 등의 규모다.
하지만 '마이웨이'의 흥행 부진 이유는 전쟁장면 스케일이 작거나 부족해서가 아니고 밋밋한 스토리에 있다는 게 영화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2003년 419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찍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2차대전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를 무대로 전쟁의 참혹함과 유대계 피아니스트의 인생 역정을 군더더기없는 감동 스토리로 버무려내 큰 호평을 받았다. 제작비 규모에서 '마이웨이'와 가장 근접한 할리우드 전쟁물로서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수 있다.
'마이웨이'가 적은 제작비로 할리우드 수준에 한 발짝 다가선 한국형 전쟁 블록버스터를 상징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더불어 이제는 작품의 규모를 키움과 동시에 영상과 스토리의 조합이라는 영화 흥행의 제 1공식에 충실해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