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정우성의 여유, 한지민의 집중력 배우고 싶다”[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1.16 09: 34

쌍꺼풀 없는 선한 눈매로 촬영장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는 호탕하게 웃고 연기를 말할 때는 풋풋함과 진지함으로 가득 찬 눈빛을 머금는다. 올해로 데뷔 4년차 중고신인 이재우다.
JTBC 월화미니시리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에서 한지민의 남자로 낙점돼 화제가 됐던 이재우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배우다. 그룹 클래지콰이의 멤버 알렉스와 같이 요리사 출신이다.
25살, 요리사의 꿈을 안고 서울에 상경한 이재우는 학교를 다니며 요리를 공부하고 이태리 요리사가 됐다. 식당에서 일하던 중 연기자 제안을 받은 이재우는 그 자리에서 덥석 물었다.

“제 인생의 모토가 ‘재미있게 살자’예요. 요리사가 하루에 15시간 정도 일하는데 진짜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그러던 중에 연기자 제안을 받았고 1년 기간을 두고 요리와 연극을 하면서 뭐가 재미있을까 고민했어요. 요리와 연기 모두 재미있는데 연기 쪽에서 신세계 같은 그런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요리사를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 베테랑 배우들 속의 연기 “우울증에 빠질 것 같았어요.”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재우는 근 4년 동안 CF 외에 특별히 연기활동을 하지 못했다. 드라마 ‘천추태후’, ‘싸인’, ‘동안미녀’에 출연했지만 모두 이름이 없는 조연이었다. ‘고려병사’, ‘작전팀장’이 이재우의 역할이었다. 이번에 ‘빠담빠담’에서 처음으로 김영철이라는 캐릭터를 받았다.
“김영철이라는 이름을 받았는데 밀려오는 감동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주연을 하는 선배님들은 지금까지 가진 이름이 많고 여러 캐릭터를 살아보는 게 부러웠는데 드디어 처음 캐릭터 이름을 받았어요.”
데뷔 후 첫 정극이라고 할 수 있는 ‘빠담빠담’에서 대부분 연기경력 10년이 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스스로도 부담이 되고 주변에서도 부담을 많이 줬어요.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나를 채찍질하는 면은 있었지만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을 딱딱하게 만들어서 그게 그대로 연기에 드러났어요. 베테랑 배우들이 연기하는 순간에 몰입하는 걸 볼 때 ‘이게 저 사람하고 나의 다른 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방송을 보면 베테랑 배우들 속에 자신의 연기가 눈에 띄었다. 그들만큼 잘 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 자괴감.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고 초보이기에 당연한 상황이지만 그것이 본인의 일이 되면 감당하기는 힘들다. ‘재미있게 살자’는 인생모토가 소용없는 때가 오기도 했다.
“연기를 못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 캐릭터에 빠지지 못하는 중압감들이 힘들었어요. 주변에서 말은 안하지만 내 스스로 느끼는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러다 ‘아, 이러다 우울증에 빠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 “정우성의 여유로움, 한지민의 집중력을 배우고 싶습니다.”
데뷔 19년차 정우성, 데뷔 9년차 한지민. 그들의 연기는 경력만큼 여유로우면서도 상당히 견고했다. 이재우가 연기에 있어 배우고 싶은 점이기도 하다.
평소 우러러 봤던 정우성과 함께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불편했다. 두 사람만 있을 때 말 하지 않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신인배우로서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정우성은 항상 자신을 챙겨주고 신경써줬다.
“우성이 형은 연기하다가 농담도 많이 하고 스태프들도 다 신경 쓰고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움과 당당함이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까지 연기하기에 바쁜 신인배우라 그런 부분을 배워가야 할 것 같아요.”
한지민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긴장한 이재우에게 농담을 던지고 분위기를 편하게 해준다. 농담을 하다가도 연기를 시작하면 금세 눈물을 흘린다. 이재우가 “내가 촉이 5개라면 지민이는 35개 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감정몰입이 상당하다.
“저는 그게 힘들더라고요. 다른 신인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연기하기 전에 긴장을 풀려고 농담도 하고 장난을 치면 페이스에 말리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없지 않아 있었죠. 그래서 웬만하면 장난도 안치고 내 생각만 많이 하려고 해요. 두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겠더라고요.”
KBS 공채 탤런트 시험 당시 배우 박근형이 이재우에게 한 말이 있다. “연기자는 만들어지는데 7년이 걸린다”
“박근형 선생님이 노파심에 얘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3년 지나니까 그 말이 생각하더라고요. 연기자가 보통 직업이 아닌 것 같아요.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등 전 과정의 스토리를 알아야 하니까.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공부인 거죠.”
이제 연기를 시작한 지 3년이 된 신인배우 이재우. 그는 “깨알같이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우라는 사람이 가진 본연의 살아있는 생 날것에 치밀함을 더해서 연기하고 싶어요. 이제 4년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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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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