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인턴기자] 누구에게나 편견은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저 사람은 저런가봐, 이 사람은 이럴거야'하는 선입견을 지니게 마련이다. 모두들 그런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당사자를 만나보지 않고서야 그 편견을 쉽게 지울 수는 없는 법이다.
배우 정려원도 그 편견 속에 있는 배우 중 한 명일 것이다. 자기 자신도 그런 점을 알고 있다. "저를 떠올리면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아니면 '쟤 완전 공주병일거야'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편견은 어디까지나 편견일 뿐. 지난 14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려원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연신 감탄을 내뱉고 "배고프시죠?"라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네!"를 외친 털털하면서도 솔직담백한 배우였다.

영화 '네버엔딩스토리'에서 배우 엄태웅과 알콩달콩한 커플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에게 연애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끔 만든 정려원은 촬영 내내 너무나 행복했던 심정을 전했다. 그리고 그 행복했던 마음이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도 분명 전달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보였다.
"저는 촬영 현장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에 있어서 결과론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분명히 과정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에너지는 영화를 통해 나오게 되고요. 촬영하면서 느낀건 저희는 제일 친한 친구들끼리 MT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만큼 즐거운 촬영이었죠."
그만큼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걸까. 그는 이러한 마음을 자신감이라고 표현하기 보단 믿음으로 표현했다. 정말 행복했던 촬영이었기에 관객분들도 그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말하고 있는 그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이 있다기보다는 분명히 과정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부모에게, 그 다음 세대에는 선생님에게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는 미디어에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이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현장 분위기가 어두우면 그게 영화에서도 다 나타나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정말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우리 영화를 표현하자면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맛있는 밥집이랄까(웃음)."

최근 관객 250만이 넘으면 정려원과 결혼을 하겠다는 폭탄 공약을 한 배우 엄태웅에 대해서도 정려원은 입을 열었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은 엄태웅과 연애하는 심정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그가 거뒀던 영화 흥행 성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상대 배우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전했다.
"영화를 통해서 연애를 했던 것 같아요. 남성과 여성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사랑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가 있다고 믿어요. 그런데 엄태웅 선배님께는 항상 미안했어요. 제가 해왔던 영화들 중에 100만 관객이 넘는 영화는 한 편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엄태웅 선배님은 기본이 100만이라고 들었어요(웃음). 엄태웅 선배님께 '어떡하냐. 이번엔 그 기록이 깨지겠다'고 농담을 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정말 미안하고 스태프들한테도 미안했죠. 그렇지만 촬영하면서 이번엔 왠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믿어보고 싶은 희망이 생겼어요. 정말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네요."
'네버엔딩스토리' 속 정려원이 맡은 송경이라는 인물은 매사에 꼼꼼하고 철저히 계획을 하며 일을 하는 계획적인 인물이다. 창문에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은 메모지로 붙여놓기도 하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자 남은 시간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들도 계획을 세워놓는 무서우리만큼 철두철미한 캐릭터. 하지만 실제 정려원이라는 사람의 성격은 조금은 달랐다.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그렇게 계획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차라리 극 중 엄태웅 선배님이 맡은 동주의 성격이 저랑 조금 더 비슷하죠. 그렇지만 매일 일기를 쓰고 있긴 해요. 다이어리에 1월달부터 12월달까지 별점을 매기고 있어요. 하루하루를 착실히 보냈다 혹은 나태했다를 생각하면서 달마다 별 다섯개 중 점수를 매기는 거죠. 나중에 다이어리를 보다 보면 올 한 해 제가 어떻게 살았는 지 알 수 있잖아요(웃음)."
사실 인터뷰 중 실제 성격은 어떻냐고 물어봤을 때 정려원은 대뜸 "어떨 것 같아요? 저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생각이 바뀌셨죠?"라고 반문했다. 그만큼 본인 자신도 대중 속에 스며들어 있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알고 있다는 것. 그는 "아마 다들 '차도녀, 완전 공주병, 싸가지 없는 애'라고 생각하실 거에요"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다.
"1대 1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 정말 편해요. 그런데 사람이 좀 많다 싶으면 엄청 떨어요(웃음). 제가 처음으로 나간 영화제가 '청룡영화제'였는데 그때 청심환을 먹고 갔어요. 이번에 출연한 KBS 2TV '해피투게더' 출연때도 먹었죠. 사실 옛날에 SBS 예능 프로그램 '엑스맨'에서 '당연하지'라는 코너를 하다가 운 적도 있어요. 그래서 효과적으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으면 아예 (예능 프로그램에)나가지 않는게 맞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 앞에만 서면 유독 작아진다는 그는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도 샤크라라는 가수를 통해 데뷔했던 그가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여러가지로 사람들의 시선과 기에 눌려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엔 되게 밝았어요. 그런데 우울했던 시기를 겪었죠. 많이 눌려있었던 것 같아요. 가수같은 경우네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룹 내 한 명이라도 부각을 시켜야해요. 그래서 그 짧은 기회를 잡고 무조건 세게 나가야 하죠. 보는 분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줘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세지 않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했어요. 사실 저와 같은 성격을 지닌 애가 연예계에 이렇게 오래 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죠(웃음)."
'네버엔딩스토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오는 18일은 여러 한국 영화들이 동시에 선을 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배우 황정민과 엄정화 주연의 '댄싱퀸'을 비롯해서 김명민과 고아라의 '페이스메이커'까지 어찌보면 한국 영화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날이다. 하지만 정려원은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고 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
"모든 한국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얼마 전에 황정민 선배님을 만났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이거든요. 그래서 선배님 계신 곳엘 찾아가서 '영화('댄싱퀸')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드리고 왔어요(웃음). 한국 영화는 다 잘되야 해요. 그래야 영화에 투자하시는 분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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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