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가 추진하던 트레이드가 결국 결렬됐다.
KIA가 최희섭 트레이드에 나서면서 시작된 협상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틀어졌다. 16일 넥센 관계자는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다. 보류도 아니고 앞으로 이 문제에 논의하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넥센은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구단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8년 창단 후 가장 많은 트레이드를 성사시켜왔고 지난해에도 송신영, 김성현을 내어주고 박병호, 심수창을 받는 트레이드에서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넥센과 KIA는 끝까지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지 못하고 결국 등을 돌렸다.

이번 결렬은 KIA와 최희섭에게 손해일 수 있지만 넥센에게는 큰 마이너스가 아니다. 지난해 최하위 성적에 비교적 취약한 전력의 넥센. 왜 최희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첫 번째로 넥센 타선은 최희섭을 그리 필요로 하지 않는다. 넥센은 지난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온 박병호를 올 시즌 4번타자로 못박으며 중심축을 세웠고 시즌 후 FA로 이택근을 영입해 타선의 힘을 갖췄다. 거포 유격수 강정호가 건재하고 지난해 팀내 타율 1위였던 유한준은 수술 후 시즌 개막에 맞춘 재활을 확신하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장기영,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유한준, 김민성 등으로 이어지는,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김시진(54) 감독의 머릿속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구상이다. 최희섭이 올 경우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다시 짜야 하는 복잡한 일이 생긴다. 게다가 최희섭의 부진했던 최근 성적을 볼 때 넥센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KIA가 노리던 카드가 좌완 투수라는 점에서 넥센은 오히려 이번 트레이드를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가능성이 높다. 넥센은 선발과 중간 계투를 불문하고 '왼손'이 희귀하다. 선발진에서는 수술 후 돌아온 강윤구와 새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이 유이한 좌완이고 불펜에도 오재영, 박성훈 외에는 이렇다할 왼손 투수가 없다. 가뜩이나 부족한 좌완을 잃을 수도 있었던 트레이드였던 것이다.
넥센은 이와중에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떠나기 이틀 전부터 흘러나온 트레이드 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가서 팀을 옮겨야 하는 선수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중간에 트레이드가 될 경우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질텐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선수들의 동요가 가라앉게 된 것도 넥센이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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