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쳐도 슬럼프' 타자, "더 검증 받아야 해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1.17 10: 11

'OSEN=박현철 기자] “3할 타율을 기본으로 30홈런 이상에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싶어요. 팀 우승은 당연한 목표입니다”.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하고도 슬럼프라는 평을 받는 흔치 않은 타자. 그만큼 그의 성장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크다는 증거다. 부상과 팀 성적 하락 등으로 인해 힘들었던 2011시즌을 보낸 김현수(24. 두산 베어스)가 이제는 ‘김현수 타법’ 정립을 위해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김현수는 2007년부터 주전 좌익수로 서서히 기회를 얻은 뒤 2008년 3할5푼7리 고타율로 타격왕좌에 올랐다. 그리고 김현수는 2009년 똑같은 3할5푼7리의 타율에 23홈런 104타점을 올리며 일약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 2년은 야구 욕심이 큰 김현수에게 아쉬움이 남는 시기였다. 2010년 김현수는 24홈런 89타점을 올렸으나 타율이 3할1푼7리로 하락했다. 그나마도 막판 컨택에 집중한 스윙으로 타율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 시즌 김현수는 여러 부상에 휩싸이며 3할1리 13홈런 91타점으로 커리어 로(low)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팀 또한 5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배운 것이 더 많은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만족은 못 하지요. 그러나 경기를 하면서 제가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젊은 선수인 만큼 그는 시행착오를 기억한 뒤 이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다. 시즌 후 김현수는 몸의 밸런스를 알맞게 하고 피로도를 낮추는 동시에 힘의 집중도를 효율적으로 하는 데 힘썼다.
“무조건 힘을 바탕으로 한 스윙을 하려다보니 제 장점을 잃은 것 같아요. 해마다 몸 상태와 타격폼, 제가 가진 힘이 미묘하게 다르니까요. 팬들께서 제게 보다 정교한 타격을 원하시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스스로는 홈런도 자주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어요”.
 
김현수가 스스로 생각하는 제 타격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스윙 스피드’라고 답했다. 실제로 김현수는 풀타임 주전으로 두각을 나타내던 초기 스탠스가 무너진 상태에서도 빠르게 배트를 돌려 안타를 만들어내는 감각을 보여줬다.
“그동안 제가 했던 경기 비디오나 좋아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제가 가진 능력치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빠른 스윙 스피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으로 장타를 양산하려다가 제 스스로 부담이 더 커진 것 같고.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했던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였기에 김현수는 2년 간의 시행 착오에 대해 외부 요인을 탓하지 않았다.
김진욱 신임감독은 김현수에 대해 “우리 팀의 3번 타자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3번 타자는 팀 내 타자들 중 가장 이상적인 타격으로 찬스 메이커이자 클러치히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욱이 김현수는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검증된 타자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김현수의 야구 욕심은 대단하다.
“저는 아직도 검증을 받아야 하는 타자입니다. 단순히 몇 년 연속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는 것으로 검증이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클러치 상황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주며 보다 많은 타점을 꾸준히 올려야 합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사람의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하듯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타격폼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 방망이 무게를 조금 더 줄이는 ‘도구의 변화’와 몸의 힘을 알맞게 키우는 ‘체력적인 변화’. 그리고 꾸준한 스윙 연습을 통해 최적화된 타격을 몸에 익히는 ‘체득을 통한 변화’가 김현수의 2012시즌 타격 키워드다.
“비시즌 동안 두 가지 면에서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몸의 밸런스를 알맞게 하면서 어느 정도 힘을 키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많은 스윙 연습을 하면서 제게 가장 알맞은 타격폼을 제대로 익히고 싶습니다”. 하루 1000번이 넘는 스윙을 통해 신고선수에서 국가대표 타자로 발돋움한 김현수의 손바닥은 아직도 거칠고 울퉁불퉁하다.
으레 하는 정초 인터뷰처럼 새 시즌 목표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김현수는 “3할 타율은 기본으로 해야하는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싶어하는 김현수에게 3할 타율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중심 타자로서 당위성을 강조한 김현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올해 30홈런 이상을 때려내고 싶어요. 그리고 지난해 91타점을 올렸잖아요. 올해는 다시 한 번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치를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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