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부터 최희섭까지…끝나지 않은 '혼돈의 1루'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1.17 07: 02

지난시즌 프로야구에서 1루는 나름대로 고요했다. 8개 구단 주전 1루수 가운데 이대호(전 롯데)만 3할을 기록했을 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선수가 드물었다. 본래 1루수는 타격이 강조되는 자리지만 각 구단 주전들의 동시다발적인 부상과 부진으로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
그렇지만 지난해 순위싸움이 한창이던 8월, 지바 롯데에서 뛰던 김태균(한화)이 전격 복귀를 선언하면서 1루수 자리가 뜨거워지기 시작됐다. 부상과 적응 문제로 일본에서 고전하던 김태균은 "돈 보다는 정든 곳인 한화에서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싶다"면서 국내 복귀를 결정했고, 한화 역시 김태균에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금액은 연봉 15억 원을 안겨줬다. 김태균이 자리를 비운 동안 김태완, 장성호 등이 한화 1루를 책임졌지만 원래 주인인 김태균이 다시 주전 1루수로 복귀할 예정이다.
일본으로 진출한 스타들의 '귀소본능'은 작년 10월 이승엽(삼성)이 전격 복귀를 선언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이승엽은 8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복귀 의사를 밝혔고, 정해진 수순처럼 등번호 '36번'이 새겨진 삼성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김태균에 며칠 앞서 연봉 계약을 체결한 이승엽이 받은 액수는 11억 원.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10억 원 대 연봉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삼성은 채태인, 조영훈, 박석민, 라이언 가코 등 여러 선수가 1루를 돌아가며 맡았다. 이승엽은 단숨에 주전 1루수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이대호의 차례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롯데 잔류와 일본 진출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롯데는 이대호를 붙잡기 위해 4년간 100억 원이라는 초유의 액수를 제시했지만 결국 이대호는 더 큰 무대를 접하기 위해 일본행을 택했다. 순식간에 4번 타자와 1루수를 잃은 롯데는 박종윤에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할 전망이다.
또한 이택근(넥센)의 친정 복귀 역시 넥센과 LG 두 구단의 1루수 자리에 파도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히어로즈에서 LG로 자리를 옮긴 이택근은 본래 포지션이었던 중견수 보다는 1루수로 주로 출장했다.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이택근은 1루수를 불편해했고,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은 여러 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4년간 50억 원이라는 거액에 고향팀 넥센에 돌아갔다. 졸지에 1루수 후보를 잃은 LG는 이진영, 서동욱, 윤상균, 작은 이병규 등 여러 후보를 물망에 놓고 골라야 할 처지가 됐다. 반면 넥센은 이택근의 가세로 1루수 박병호를 때에 따라 3루수로 기용할 수도 있어 선수 가용폭이 넓어졌다.
한참 조용하던 1루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난 것은 최희섭(KIA)의 트레이드설이 터지면서 부터다. 지난 8일 첫 소집 훈련에서 최희섭은 감기몸살을 이유로 입원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불화설은 급기야 지난 주말 트레이드설로 커졌고, 넥센과 성사 직전까지 흘러갔다. 그러나 트레이드 성사 막판 KIA가 철회 의사를 표하며 물거품이 됐다. 현재 KIA는 최희섭의 팀 복귀를 바라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임의탈퇴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우승을 목표로 내건 선동렬 감독은 정초부터 주전 1루수의 전열 이탈이라는 암초를 만나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최희섭의 트레이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뜨거웠던 1루는 잠시 조용해진 상태다. 그렇지만 한 번 터졌던 '최희섭 뇌관'은 언제 다시 폭발할 지 모른다. 또한 8개 구단 1루 자리는 최준석이 지키는 두산과 박정권-이호준이 번갈아 나올 SK를 제외하면 지난해와 주전 선수가 모두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각 구단은 이제 전지훈련지에서 경쟁을 통해 주전 1루수를 정하고 시즌을 대비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1루수 자리의 혼돈', 과연 그 종착역은 어디가 될 것인가.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