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움직임’ 선수협, 초심 찾을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1.17 10: 58

“1군 선수들은 장비 스폰서라도 있지요. 저희는 배당받은 만큼의 방망이가 모두 부러지면 다음에는 월급에서 그 금액만큼 차감됩니다. 할애된 방망이를 다 써버릴 때가 되면 ‘이번에는 부러지지 말아라’라고 기도하는 일이 저 뿐만 아니라 다반사에요”.
누구를 위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탄생했는지 제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최근 선수협은 지난 13일 결의한 임시이사회 결과를 발표하며 선수가 주인이 되는 선수협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들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결과를 발표하며 선수협 측은 “방만한 선수협 운영문제를 해결하고 선수협의 주인인 선수들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최대한 협회운영비용을 줄이고 선수협 초상권 수익금을 보다 많이 선수들에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번에 승인된 예산안에 따르면 비용은 전년도 대비 약 13%가 줄어들게 되며, 선수들에게 분배되는 수익금은 58%에서 75%로 늘어나게 된다”라고 밝혔다.

기존 집행부가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자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새로운 집행부는 투명한 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기조로 박재홍 회장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판공비 전액을 2군 선수들의 장비 지원금으로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박충식 신임 사무총장 또한 전임 사무총장의 봉급에서 대폭 삭감된 금액을 스스로 자진 삭감했다고 밝혔다.
금액이 얼마인지를 떠나 박 회장의 판공비가 회장 개인의 활동비가 아닌 2군 선수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의 취지를 살펴야 한다. 사실 팬들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난 2군 선수들의 생활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은 2007년서부터 2군을 ‘퓨처스리그’로 바꿔부르고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높이고자 월요일 편성된 2군 경기와 퓨처스 올스타전에도 TV 중계를 권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야구로 돈을 버는 ‘개인사업자’ 측면에서 2군 선수들은 풍족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나마 1군에 모습을 비추는 선수의 경우 기본 연봉(2400만원)을 받더라도 1군에 있는 동안 연봉 5000만원에 맞춰 이를 일당으로 나눈 정도의 금액을 경기 마다 가외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군에서만 출장하는 선수의 경우 대개 기본 연봉만을 수령한다. 몇몇 구단에서는 장비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선수 개개인에게 할당된 장비가 경기 도중 훼손되거나 파손되는 경우 박봉에서 장비 금액만큼이 차감되는 경우도 있다. 월급명세서를 받으며 허탈감을 겪는 2군 선수도 적지 않았다. 
장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2군 원정에 나선 선수들은 1군 선수들이 먹는 뷔페식 등은 기대하기 힘들다. 심지어 어떤 날은 1500원짜리 김밥 한 줄 입에 물고 경기를 준비해 작렬하는 태양 아래 그라운드에 서는 경우도 있다. 검게 탄 얼굴을 거울에 비춘 뒤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해서 이렇게 되었나보다”라며 웃으려는 이들이 2군 선수들이다. 야구 인기 증폭 뒤에는 2군 선수들의 힘든 삶도 분명히 있다.
선수협이 처음 태동하던 시기 스타 플레이어만이 앞장서며 선수협 창설에 목소리를 높인 것이 아니다. 2000년 초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방울의 공중분해 등으로 인해 열악한 상황에서 야구의 끈을 놓지 않던 이들 또한 선수생명의 단축을 각오하고 조금이나마 더 나은 처우를 기대하며 선수협이 탄생하고 더욱 발전되길 바랐다.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통한 정상화를 노리는 선수협은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되고 권력의 칼날이 되어서도 안 된다. 선수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특히나 어려운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힘을 보태며 그들이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키워 프로야구의 양적-질적 발전을 이끄는 것. 그것이 선수협의 진정한 창설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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