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아델(Adele)•레이디 가가(Lady Gaga)•케이티 페리(Katy Perry)•리한나(Rihanna)등 영미권 여성 팝 가수들의 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팝 음악 시장에서 나름 고정 팬 층을 확보하며 알토란 같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 여성 아티스트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영국 웨일즈 출신 크로스오버 뮤지션 캐서린 젠킨스(Katherine Jenkins), 싱가폴 태생의 재즈 팝 싱어 올리비아(Olivia), 뉴질랜드의 국민가수로 불리는 포크 팝 아티스트 빅 룽아(Bic Runga)등이 아마도 대표적 일 텐데. 그녀들은 빼어난 미모뿐만 아니라 고혹적인 매력을 지닌 목소리를 가졌다는 공통점으로 국내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 나름 견고한 인기 영역을 구축하게 되었다.
- 사라 브라이트만의 그늘을 벗어난 캐서린 젠킨스 –
“웨일즈의 얼굴”로 선발될 만큼 빼어난 외모를 지닌 클래시컬-크로스오버 싱어 캐서린 젠킨스는 2009년 12월에 발표한 앨범 “Believe”가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둔 후 국내 음악계에서도 그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는데, 2003년부터 앨범 활동을 시작한 것에 비해 너무 알려지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란 선배 뮤지션-캐서린 젠킨스의 분야와는 사실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팝페라” 장르에 함께 포함된다-의 압도적인 인기는 캐서린 젠킨스에 대한 관심은 열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작 “Believe”가 ‘영국 출신 클래식 계열 아티스트의 최다 판매 앨범’으로 공인된 후 국내에서도 사라 브라이트만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전직 모델출신임이 캐서린 젠킨스가 뮤지션 생활을 해나가는데 핸디캡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강한 내공을 바탕으로 실력파 ‘메조 소프라노 싱어-캐서린 젠킨스’로 거듭난 것이다. 2012년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작년 말에 발표했던 “Daydream”은 앨범 제명처럼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팬들에게 강한 자신감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직도 캐서린 젠킨스가 낯설 이름으로 다가선다면 사라 브라이트만과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그녀의 음악세계에 살짝 노크하는 것도 괜찮을 듯.
- 소녀에서 여인이 된 올리비아, 이제는 ‘낭만’을 노래하다 –
2005년 국내에 올리비아의 첫 앨범이 공개되자마자, 같은 동양계 여성 아티스트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의 독보적인 보컬 톤은 국내 음악 팬들을 빠르게 중독시켰다. 보사노바와 재즈•팝이 적절히 안배된 올리비아의 음악은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지리적으로 한국을 자주 왕래할 수 있다는 장점은 이 싱가포르 태생의 소녀를 더욱 친근감 있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2005년 가을 한국 음악 마니아들과 조우했던 스무 살의 상큼 발랄한 소녀 가수는 어느덧 통산 8번 장의 음반을 국내 음악 시장에서 공개하며 20대 후반의 여인으로 성장하게 된 것 이다. 일곱 번 째 정규 음반이 된 “Romance”에서 올리비아는 작사작곡가로서 네 곡에 참가할 만큼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데, 리메이크 넘버 ‘Amazing Grace’에 가장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은 올리비아의 빼어난 리메이크 곡 해석 역량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보사노바를 노래하던’ 소녀가 ‘낭만을 노래하는’ 여인으로 변모했지만 그 음악적 뿌리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뉴질랜드의 숨은 보석, 빅 룽아 –
여전히 빅 룽아란 여성 가수의 이름에 일반 대중들은 갸우뚱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에 한번 빠지게 되면 쉽게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빅 룽아의 음색은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잔잔한 파문을 던지는 듯 포크 팝을 기반으로 하는 빅 룽아의 주요 발표 곡들은 국내 CF 배경 음악과 헐리우드 영화 음악에 사용될 만큼 강렬한 매력을 뽐냈다.
영미권 아티스트 음반을 주로 발매할 수 밖에 없는 다국적음반사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태생 빅 룽아의 음반이 국내에서 다섯 장이나 발표될 만큼 그녀의 노래와 앨범을 찾는 국내 열혈 팬들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작년 말에 선보였던 최신 정규 앨범 “Belle”는 기존 빅 룽아를 상징했던 서정적인 포크 스타일의 팝 음악에서 벗어나 프랑스•영국을 포함한 유럽 스타일의 감성을 작품으로 이끌어내면서 그녀의 보컬 역량을 맘껏 발휘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빅 룽아를 아직까지 잘 몰랐던 음악 팬이라면 그녀의 노래를 감상한 후 ‘흙 속의 진주’를 찾은 것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