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발레는 발레와 스케이트가 만나 탄생한 예술 장르다. 이 예술 장르가 러시아에서 만들어지고 발전 돼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발레의 본고장인 유럽에 속해 있고 눈과 얼음의 나라이자 동계스포츠의 강국이라는 배경은 아이스발레가 요하는 두 가지 예술적 요소의 완벽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 수도는 모스크바다. 그렇지만 러시아 국민은 또 하나의 수도를 가슴 속에 품고 산다. 문화, 예술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다. 아이스발레도 두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모스크바의 예술적 상징인 볼쇼이 아이스발레단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아이스발레단이 아이스발레 예술의 두 축을 이루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67년 고전발레의 대가이자 빙상 위의 요정으로 불렸던 콘스탄틴 보얀스키에 의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탄생한 아이스발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St.Petersburg State Ballet on Ice)’의 이름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러시아의 보석’이라는 애칭도 이들의 활약에 의해 붙여졌다. 이러한 아이스발레의 인기는 새로운 아이스발레단의 탄생도 불렀다. 1990년 만들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 극장(St.Petersburg State Ballet Theater on Ice)’이 대표적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 극장’은 창단은 늦었지만 새로운 창조적 시도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199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문화위원회로부터 ‘국립극장(the status of state theatre)의 지위를 얻었다. 이들은 아이스발레의 고전적 레퍼토리는 물론이고 ‘피노키오’ ‘왕자와 거지’ ‘오즈의 마법사’ 같은 세계 명작 동화를 작품에 접목해 아이스발레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이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 극장’이 오는 2월 4일부터 ‘러시아 국립 아이스발레단-더블 아이스쇼’라는 이름으로 내한공연을 갖는다. 이들의 방한은 1999년 이후 8번째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07년 경주엑스포에 참가해 7개 도시를 순회하며 50여 일간 공연했고 2008년 ‘2018 동계올림픽유치 붐 조성’을 위한 강릉 공연을 가진 바 있다. 특히 2007년 공연 때는 MBC에서 공연 장면은 물론이고 숙소 생활까지 방한 일정 전과정을 영상에 담아 특집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강릉공연 이후 4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 극장은 매우 독특한 시도를 한다. 바로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 캐릭터를 그들의 작품에 접목하는 시도다. 이 공동작업을 위해 16일, 윤영배 총감독과 이경만 프로듀서 등 한국의 제작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 아이스발레 극장 사무실을 찾았다. 공연팀과 함께 ‘뽀로로 레퍼토리’를 마무리하고 공연 준비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더블 아이스쇼’를 선보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 극장의 알렉세이 프라딘 예술총감독 겸 단장을 현지에서 만나 일문일답을 나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 극장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을 혼돈하는 한국팬들이 많다.
▲두 발레단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발레의 맥을 이어가며 아이스발레의 발전을 위해 각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발레단의 경우 장르적 다양성을 위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런 점이 차이라면 차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발레단이 만들어져서 장르를 다양화하는 것은 볼쇼이 아이스발레 쪽도 마찬가지다.
-뽀로로와 같이 새로운 캐릭터를 접목한 경우가 전에도 있었나.
▲이탈리아에서 7개월간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상황이 지금과 비슷하다. 이탈리아의 인기 캐릭터를 우리 공연팀의 레퍼토리로 녹이는 작업이었다. 이후로는 뽀로로가 처음이다.
-러시아에서는 뽀로로가 아직은 생소할 텐데 어려움은 없는가?
▲전혀 없다. 우리는 늘 새로움을 추구해 왔고 이번 작품도 그런 경험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 단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단원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30명 정도의 단원이 있다.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같은 데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단원들이 대부분이고 이번 한국 공연엔 22명의 단원과 2명의 스태프가 간다.
-연간 공연은 몇 회 정도나 소화하나?
▲매년 200회 가량 공연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더 많아질 것 같다. 1월이 채 가기도 전에 새해맞이와 맞물려 벌써 20회나 했다. 이번 한국 공연도 멋진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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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프라딘 예술총감독이 한국의 윤영배 감독(왼쪽 두 번째), 이경만 프로듀서(오른쪽)와 함께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이 만든 가이드 영상을 보며 세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맨 왼쪽은 통역을 맡은 금정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