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은 어쩌다 예능 섭외 1순위가 됐나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1.17 16: 18

"뮤지션의 강한 개성, 예능에선 신선한 캐릭터"
"까칠, 잘난척 캐릭터.. 시청자도 관대해져" 
뮤지션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를 달리고 있다.

MBC '무한도전'과 KBS '남자의 자격' 등 기존 인기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김태원, 정재형, 리쌍 등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새로 판을 짜는 KBS '1박2일 시즌2'도 유명 뮤지션들에게 대거 손을 내밀었다. 유희열은 물론이고, 이적, 성시경 등에 출연 의사를 타진해본 것으로 전해졌다.
'1박2일'의 뮤지션 사랑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김C가 특유의 색깔로 묵묵히 자리를 지킨 이후, 독특한 입담의 소유자 루시드폴에게도 러브콜이 이어졌었다. 시즌2 출연진 물망에 뮤지션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도 의외는 아니다.
예능에서 뮤지션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높은 편. MBC '놀러와', '라디오스타' 등에서 토크쇼의 시청률 보증수표로 활약한 이들은 '1박2일' 등 리얼버라이어티는 물론이고, 음악 전문 프로그램의 전문 MC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윤건과 이적은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코믹 연기까지 도전했다. 
이같이 뮤지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1순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가요계 시각. 뮤지션들이 때를 잘 만나 갑자기 웃길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원래 뮤지션이라는 인물들 자체가 매우 코믹했었다는 것. 자신의 색깔을 갖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개성이라면, 예능 프로그램을 충분히 쥐락펴락할 수 있는 '끼'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예능에서 활약 중인 뮤지션들은 아주 예전부터 '웃기다'고 입소문이 나있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정재형. 그와 절친한 사이인 김동률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10년 전부터, 예능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말을 들어온 인물이다. 다만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동안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뮤지션들도 마찬가지. 보통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끼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늘 한결같았던 이들이 최근에야 방송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들의 '끼'를 예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송 환경과 시청자들의 달라진 마인드 덕분. 예전에는 자기 중심적이고, 까칠하고, 말을 잘하는 이들 뮤지션의 캐릭터들이 '주위 가요관계자들을 힘들게 하는 웃기는 연예가 뒷 이야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이를 리얼버라이어티 안에 재미있는 캐릭터로 구축해주는 역량있는 제작진과 이를 유쾌한 캐릭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일종의 '판'을 벌여주는 셈이다.
유희열과 정재형의 소속사 안테나뮤직의 한 관계자는 "뮤지션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인만큼, 대체로 말솜씨가 뛰어나고 보통 사람과 다른 괴짜 같은 측면이 있다. 그래서 다른 직업군의 연예인들에 비해 펼쳐놓을 이야기 보따리가 더 많고, 캐릭터들이 신선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인 때부터 '조직' 생활을 겪는 배우나 아이돌 스타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
더구나 뮤지션 입장에서도 '음악만 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한 시대가 되기도 했다. 인지도가 없으면 음악을 들려줄 기회조차 없는 상황에서 예능으로 인한 인기는 매우 '필수적'인 게 돼버렸고, 무엇보다 대중이 예능스타의 음악을 가볍게만 여기지도 않는다는 점도 뮤지션들에게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적도 매우 좋다.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살린 것은 정재형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MBC '위대한 탄생' 시즌1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도 김태원이다. 개리는 SBS '런닝맨'의 뒷심에 크게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예능 스타들 못지 않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인기 뮤지션의 관계자는 "감사하게도 새로 시작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찾아주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다. 그러나 음악작업도 함께 해야 해서 일정 조율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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