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6일 2012년 제1차 이사회를 열어 승강제 시행안에 대한 세부 조율을 가진 후 2013시즌부터 ‘14+2’ 시스템으로 승강제를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축구계의 숙원이다시피한 승강제가 한 순간에 유명무실해질 상황에 놓였다.
당초 12+4안을 고수해 온 연맹은 시·도민 구단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섰다. 대신 시·도민구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1년간 유예기간을 둔다고 설명했다. 반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재정문제와 선수수급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시·도민 구단들은 강등 문제가 피부로 와닿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강등 팀에 대한 적절한 사후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연맹이 제시한 원안이 달가울 리 없었다.
2개 팀이 강등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군팀인 상주(상무)를 포함한 1개 팀만 2부리그로 떨어진다. 상무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권고한 프로 클럽 자격을 충족하지 못해 2013년부터 1부리그에서 뛰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K리그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라는 승강제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승강제는 내려가는 팀이 있으면 올라와야 한다. 또 내려간 팀들이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져야 그 바탕이 굳건히 지켜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게 흘러가고 있다. 말 그대로 그저 일단 사실상 한 팀만 내려보낸 뒤 추후에 내려보겠다는 심산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 최상위의 K리그가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승강제서 가장 중요한 하부리그 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초기부터 4팀이 내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안정적으로 출발한다면 오히려 늦은 승강제가 빠르게 정착될 수 있는데 현재의 결론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현재는 2부리그 운영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팀 수가 6~10개 팀(상무 경찰청 강등팀 창단팀 내셔널리그팀)으로 애매하게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1부리그만 존재하는 승강제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2부리그에 대한 확실한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승강제는 실시될 수 없고 무의미할 뿐이다.
2부리그에 참가할 내셔널리그 관계자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한 관계자는 “아직 승강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연맹의 일방적인 발표가 당황스러운 눈치다.
또 사실상 상주 상무 + 1팀이 된 마당이라면 하부리그로 떨어지는 팀은 한 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상주는 이미 K리그에 남아 있을 최소한의 조건을 챙겼다는 것이다. 상무의 잔류 및 강등 여부를 2012년 말 이사회로 넘긴 상태에서 연고지 상주는 남모를 속앓이 중이다. K리그 가입금까지 납입한 상황에서 성적이 좋아도 강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예상되는 상주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팬들도 연맹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승강제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승강제를 통해 K리그의 위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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