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두산 베어스(OB 포함)는 좌완 투수가 귀한 팀이었다. 두산은 지난 1988년 윤석환(전 투수코치)이 거둔 13승 이후 무려 23년동안 좌완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선수가 없다.
이상하리만큼 좌완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두산은 지난시즌 역시 좌완 기근에 시달렸다. 거액을 주고 기대속에 복귀시킨 FA 이혜천은 1승 4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6.35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또한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이현승 역시 선발진에서 탈락해 불펜으로만 활약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두산 김진욱 감독은 "내년 쓸 만한 좌완이 네 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왼손등 수술을 한 이혜천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고, 이현승은 상무에 입대하며 안 그래도 부족한 왼손 살림이 더욱 힘들어졌다.

김 감독이 기대하고 있는 좌완은 정대현·김창훈·진야곱·이현호 등 네 명이다. 이 가운데 정대현을 놓고 김 감독은 "선발 후보"라고 꼽았다. 성남고를 나와 지난 2010년 두산에 3라운드 23순위로 입단한 정대현은 좋은 체격 조건에 140km대의 공을 던지는 좌완 기대주다. "신체조건과 구위가 좋다"며 김 감독이 기대를 보이고 있어 전지훈련 결과에 따라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8년 두산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진야곱은 기대만큼 성장을 못 해준 경우다. 데뷔 첫 해 33경기에 등판,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4.45로 기대감을 심어줬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프로에서 보낸 4시즌 가운데 2년을 부상 때문에 고생했다. 김 감독은 "(진)야곱이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0으로 놓고 시작하려 한다. 그래서 60-70정도 하면 기쁜 일이다. 만약 기대치를 60으로 해놓고 시작하면 본인도 부담될 것"이라며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기를 주문했다.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입단했던 이현호는 두산에 2순위 지명을 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고교 1학년 때 받았던 팔꿈치 수술의 후유증으로 1군 1경기 등판에 그쳤다. 김 감독은 "(이)현호가 제대로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한 번 아팠기에 조급하지 않아야 한다. 재능이 있는 선수"라며 성장 속 기대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앞선 세 선수는 1군에서 검증되지 않은 전력이다. 결국 지난해 1군에서 조금이라도 던졌던 좌완은 김창훈 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수 이적에 따른 반대급부로 조규수와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김창훈은 사이드암으로 변신을 시도해 결국 1군에 자리잡았다. 지난해 비록 27경기에 나서 12⅔이닝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6.39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유일한 '믿을 좌완'이다. 김 감독은 "김창훈은 충분히 좌완 원포인트 역할을 해 줄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결국 두산은 좌완 투수에 대해서는 기존 선수의 각성 혹은 영입 선수의 깜짝 활약을 바라야 한다. 이를 위해 두산은 지난해 말 롯데 출신 좌완 김이슬을 신고선수로 영입하기도 했다. 선발부터 계투까지, 올 시즌 두산은 여전히 좌완을 찾아야만 한다. '잃어버린 좌완을 찾아서', 두산이 전지훈련에서 1988년 이후 두산에 나타나지 않은 '좌완 메시아'를 찾는 데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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