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현실 직시가 정답이었다.
서울 삼성은 지난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20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4쿼터 한때 10점 넘게 뒤졌지만 김승현과 이시준의 외곽포를 앞세워 83-8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8승(31패)째를 거둔 삼성은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2연패를 끊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삼성 김상준 감독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올 시즌 삼성은 연패가 한 번 시작되면 도무지 끊지 못했다. 14연패를 이어오던 삼성은 지난해 12월 17일 연고지 라이벌 서울 SK를 상대로 간신히 연패를 끊었다. 계속되는 패배에 선수단은 위축되었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

김 감독은 "당시 초빙 강사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예로 들며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작은 배로 일본의 많은 배를 이겼는데 이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이다. 아무리 좋은 전력을 가져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100% 패배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게 정말 마음 속에 와닿았다"고 밝혔다.
1597년 있었던 명량해전은 세계 해군 전투사에도 남아있는 충무공 이순신의 대표적인 대첩이다. 이순신 장군은 칠천량해전으로 괴멸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수군을 이어받았고, 불과 13척의 배로 일본의 330여 척의 함대를 무찔렀다. 당시 조선 수군의 피해는 사망자 2명에 불과할 정도로 경미했으나 일본 수군은 큰 타격을 입고 기세가 꺾였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절망적인 전력이지만 조선 수군이 처한 현실을 명확하게 꿰뚫었고, 정확한 지휘와 지리의 힘을 빌어 대승을 거뒀다.
삼성은 시즌 초반 주전 가드 이정석의 부상에 따른 이탈로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고육지책으로 영입 경쟁끝에 오리온스에 포워드 김동욱을 보내는 대신 김승현을 데려왔지만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터라 반전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김)승현이가 오면서 주 득점원이었던 (김)동욱이가 간 게 타격이었다. 승현이가 100% 해 준다면 문제 없었지만 그게 안 되며 점점 안 좋은 쪽으로 상황이 흘러갔다"고 진단했다.
물론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힘겹지만 어떻게든 경기는 치러야 한다. 김 감독은 "주전이 없다고 계속 질 수만은 없다. 선수들도 그렇기에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경기 결과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해 줬으면 좋겠다. 맥없이 지는 것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삼성은 사실상 순위싸움에서 밀리며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 감독은 "내가 대학 때 너무 잘 나가서 벌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농담을 던지고는 "승현이가 제 컨디션을 찾고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다음 시즌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실 직시 속 4쿼터 대역전극이라는 성과를 이룬 삼성의 남은 시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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