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우, “이제는 연승 끌이 되고 싶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1.18 09: 05

“어느새 팀 내 기대치가 높아졌더라. 솔직히 부담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웃음)
야구는 ‘멘탈 스포츠’로도 불리운다. 물리적인 위력이 줄어들더라도 상대가 생각한 패를 미리 읽고 허를 찌른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종목이 바로 야구다. 30대 중반의 베테랑 투수는 물리적인 위력이 줄어들었다는 점보다 다른 무기로 팀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을 믿고 2012년 맹활약을 꿈꾸고 있다. ‘써니’ 김선우(35. 두산 베어스)에게 올 시즌은 에이스 반열 굳히기가 달린 한 해다.
고려대 2학년 시절이던 1997년 보스턴에 입단한 이래 몬트리올-워싱턴-콜로라도-샌프란시스코를 거치며 가능성은 인정받았으나 한 팀의 주축 투수로는 자리매김하지 못한 김선우. 그는 2008년 자신의 연고권을 갖고 있던 두산에 입단했다. 대단한 기대를 모았으나 첫 2년 간 아쉬움을 비췄던 김선우는 2010년 13승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으로 15승을 올린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선발 주축으로 분전했다. ‘투수 4관왕’ 윤석민(KIA) 다음 가는 2011년 국내 우완 선발 2인자는 바로 김선우였다.

특히 김선우는 전성 시절에 비해 직구 구위가 하락했음에도 투구 패턴을 바꿔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투구를 보여줬다. “2010년 아무것도 모르고 던졌다면 지난 시즌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던진 것 같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김선우는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보다 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더욱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군 불펜코치로서 김선우를 지도한 김진욱 신임감독은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특별한 지도가 필요 없는 반열에 오른 투수다. 지난해 16승을 거둔 만큼 1승 정도의 편차가 있는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현재 두산에서 김선우에게 기대하는 2012년 희망 승수는 15~17승이다.
“지난 시즌 정도의 활약은 펼쳐줘야 한다는 말씀에 솔직히 부담감이 생기기는 했다.(웃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모습으로 10승 언저리에 4점 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생각했는데 어느새 기대치가 높아졌더라. 그만큼 집중을 많이 해야 한다. 나와 팀 구성원 모두가 올 시즌 준비를 반드시 잘 해야 한다”.
 
새롭게 두산 유니폼을 입는 마무리 스캇 프록터는 김선우와 1977년생 동갑내기다. “미국에 있던 시절 서로 마주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밝힌 김선우. 파워피처에서 기교파 투수로 완벽하게 변신한 김선우와 달리 프록터는 아직도 150km 초중반의 직구를 손쉽게 뿌린다. 국내 무대 2년차였던 2009년까지만 해도 직구 위주 투구를 선호하며 파워피처 이미지를 잃지 않으려 하던 김선우가 떠올라 프록터가 부럽지 않은 지 물어보았다.
“빠른 직구에 대한 미련은 정말 없다. 내 투구 패턴은 바뀐 지 오래다. 파워피처였다는 미련은 버렸다”. 보다 빠른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로 타자를 빠르게 처리하려던 김선우는 이제 없다. 대신 팔색조 투구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재미를 붙인 베테랑 선발투수 김선우가 있었다.
올 시즌 15~17승을 기대하는 구단의 바람. 그러나 승리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호투하고도 상대 에이스와의 맞대결로 인해 승운이 없을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시절 포함 프로 16년차가 된 김선우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승리라는 것은 그날 운이 따라야 한다. 잘 던져도 못 이길 수 있고 상대적으로 못 던진 날 이길 수도 있다. 반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과 평균자책점 기록은 내가 스스로 잘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더 많은 승리를 따내는 것보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가능한 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해 8월 18일 잠실 LG전부터 김선우는 개인 8연승 중이다. 징검다리식으로 승리를 따낸 것도 아니고 자신이 등판한 8경기서 모두 승리했다. 최고 기록인 22연승(OB 박철순, 1982년 4월 10일~9월 18일) 기록과 거리가 있고 아직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는 차이가 크다.
“개인 연승을 이어가면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팀에도 저절로 좋은 일 아닌가.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승을 더 이어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올해는 ‘연패 스토퍼’라는 말보다 ‘연승 끌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지난 시즌 중 김선우는 “선발로서 내 스스로의 가치가 떨어졌음을 스스로 느꼈을 때 미련없이 젊고 유망한 후배들에게 중임을 넘기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김선우-니퍼트 이후로 올 시즌 두산 선발진은 의문 부호가 가득하다. 계투진 또한 예년에 비해 불안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최대한 제 몫을 하길 바라는 김선우는 아직도 효용 가치가 충분한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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