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둔다고 할까봐 걱정스러웠다".
잠적소동과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던 KIA 최희섭(33)은 지난 17일 복귀를 표명하면서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하고 앞으로 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사람에게 빚을 졌다. 앞으로 반드시 값아야 할 빚이다.
최희섭은 팬들에게 갚아야 한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2006년 WBC 본선리그에서 미국을 상대로 터트린 결정적 3점 홈런, 2007년 KIA에 입단해 흥행돌풍을 일으킨 공로, 2009년 12년만의 타이거즈 우승을 이끌었던 일등공신. 그때마다 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2008년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과 전지훈련 조기귀국, 반복적인 부상과 부진, 이어진 팀 성적의 하락. 그때마다 팬들은 4번타자 최희섭에게 눈총을 보냈고 악플을 달았다. 선수는 팬들의 애정을 받고 성장하지만 동시에 팬들의 욕을 듣고 쓰러지기도 한다. 이것이 공인의 숙명이다.
최희섭은 기다림과 배려를 갚아야 한다. 구단은 최희섭이 선동열 감독과 면담후 훈련에 불참했을 때 자칫하면 선수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다. 당시 최희섭의 마음 상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었던 혼란 상태였다. 그 정도로 최희섭의 주변상황은 최악이었고 어쩔 수 없이 트레이드를 추진했던 이유였다. 기댈 수 있는 곳은 구단 뿐이었다.
트레이드가 결렬되고 임의탈퇴 혹은 제한선수라는 강경카드 밖에 없는 막다른 길에서도 김조호 KIA 단장은 "선수는 선수생활을 계속해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그만 둔다고 할까봐 걱정스럽다"고 주저했다. 급기야 김 단장은 불면증까지 시달렸고 새벽 4시 문닫힌 교회까지 찾아 기도 했다고 한다. 답을 얻었던지 파국 대신 끝까지 기다렸고 그제서야 최희섭의 마음이 열렸다.
최희섭은 자신에 대한 빛을 갚아야 한다. 그는 2009년의 영광을 잊지 않고 있다. 잊을 수도 없을 것이다. 부상과 부진의 고난, 주변의 질타를 딛고 3할8리, 33홈런, 100타점으로 일어섰고 우승의 축배를 들었다. 그 때 최희섭은 자신의 능력치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능력을 죽이려고 했다. 돌아온 최희섭은 모든 것을 훌훌털고 백의종군 한다. 이제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자신의 능력치를 다시 보여주어야 한다. 한 번 쓰러졌다 일어난 사람은 안다. 일어나 새벽을 깨우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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