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142명의 선수들이 연봉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이들은 구단과 연봉 협상을 벌였지만 금액 차이가 커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30,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142명 중 한 명이었다. 추신수는 지난해 397만 5000달러(약 46억 원)을 받았지만 구단과 금액 차이가 있어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그는 18일 23%가 인상된 490만 달러(약 56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추신수 뿐만 아니라 벌써 50여 명이 넘는 선수들이 연봉조정신청 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계약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단 선수들은 할 일이 없다. 그냥 운동만 하면 된다. 대신 선수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에이전트들만 바빠졌다. 에이전트들은 구단과 계속해서 협상을 함과 동시에 만에 하나 연봉조정위원회에 출석해 선들이 왜 그 금액을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 에이전트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선수들의 연봉 협상 파일은 어떤 형식으로 작성되는 것일까.
OSEN은 과거 김병현과 라미레스의 에이전트였던 제프 무라드 스포츠 에이전스가 만든 이들의 연봉 협상 자료집을 단독 입수했다. 그 안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김병현은 2002년 76만 2500달러에서 2004년 325만 달러로 뛰어 올랐다. 라미레스도 2000년 425만 달러를 받았으나 2001년에는 무려 1305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선수들의 활약상도 중요하지만 에이전트들의 협상 능력과 선수들의 기록을 잘 포장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일단 김병현의 자료집은 총 8페이지, 라미레스는 16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지를 보면 김병현의 경우 잠수함처럼 몸을 낮추고 힘차게 공을 뿌릴 준비를 하는 모습이, 라미레스는 호쾌한 스윙 후 팔로우 스로를 하며 타구를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김병현의 경우 생년월일부터 출생지 등 간단한 프로필과 사진을 넣어 지난 1999년부터 축적된 매년 성적의 세부 항목을 꼼꼼히 적어 놓았다. 그 안에는 "김병현은 1999년 가장 어린 메이저리그 선수였다. 2001년 애리조나 홀드 1위, 2001년 9이닝당 탈삼진율 전체 2위, 2000년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1.82를 기록했다. 1998년 한국야구대표팀 멤버였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다음 페이지를 보면 2001년 팀 내 투수들 가운데 최다 출장, 탈삼진 3위, 50이닝 이상 투구를 한 선수들 가운데 평균자책점 2위, 팀 내 홀드와 세이브 1위라고 적혀있다. 여기에 9이닝당 탈삼진율이 12.68개로 당시 빌리 와그너의 13.39개에 이어 역대 2위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를 강조했다.
라미레스는 지난 1993년부터 2000년까지 매 시즌별 성적과 통산 성적이 가장 처음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나서 첫 설명이 "지난 1995년, 그리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고 명시했다. 이어 "2000년 118경기에서 올린 122타점은 1900년 이후 메이저리그 선수들 가운데 7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그는 최근의 359경기에서 393타점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무라드는 무려 2페이지에 달하는 라미레스의 수상 경력을 정리해 놓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매주 선정하는 이주의 선수를 포함해 언론사 및 행크 아론상 등까지도 자세히 서술했다.
라미레스 자료의 가장 큰 특징은 당시 최고 타자로 손꼽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모든 자료를 비교해 놓은 페이지가 가장 인상적이다.
2000시즌의 경우 라미레스는 118경기 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A로드는 148경기나 출장했다. 안타 및 홈런은 A로드가 더 많았지만 38홈런을 친 라미레스는 A로드(41개)에 불과 3개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타율은 3할5푼1리로 A로드(3할1푼6리)를 압도했고, 출루율과 장타율에서도 라미레스가 더 높았다.
특히 2000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라미레스는 71경기에 출장한 반면 A로드는 64경기에 그쳤으며, 라미레스는 95안타 2루타도 22개, 홈런을 무려 25개나 폭발시켰다. 타점도 75개나 기록했다. 장타율이 무려 7할5푼이나 된다. 여기에 9월과 10월 최고 활약을 보였던 성적도 세부적으로 나눠 보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하이라이트는 양 선수 데뷔 후 2000년까지 성적을 결산한 부분에서 라미레스는 출장 경기수를 포함한 총 15개 타격 항목 가운데서 무려 13개에서 A로드를 앞서 있었다. 타석을 포함한 안타, 2루타, 홈런, 전체 루타수, 득점, 타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까지 완승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라미레스와 A로드 모두 약물과 관련해 자유롭지 못한 선수라는 점이다. 그러나 약물여부를 떠나 선수들의 연봉협상에 필요한 자료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