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상의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다."
확신에 찼으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들떠 있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출신 핵 잠수함 김병현(33)을 영입한 이장석(46) 넥센 히어로즈 대표의 목소리는 오히려 차분했다.
"솔직히 작년 일본 구단에 빼앗겼을 때 많이 분했다. (이)택근이 때도 그랬지만 역시 세상 모든 것은 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더라."

이 대표가 18일 전화 통화에서 밝힌 '김병현을 영입한 개인적인 의미'다. 김병현은 이날 넥센 구단과 계약금 10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1억 원 등 총액 16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묘하게 앞서 4년간 총액 50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이택근의 이름이 언급됐다. 이는 최근 넥센의 행보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연장선상에 있다는 뜻이었다.
이 대표는 이택근 영입 후 "잃은 것을 다시 찾은 느낌"이라고 밝힌 바 있다. 2년전 금전적인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이택근을 떠나 보냈으며 그에 대한 보상 차원이기도 하다고 강조한 것이었다. 결국 원래부터 계속 있어야 할 자리에 이택근이 왔다는 의미였다.
김병현도 마찬가지. 김병현은 지난 2007년 3월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현대가 지명했고, 현대 선수단을 히어로즈가 승계하는 과정에서 김병현의 지명권도 넥센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김병현은 "고향팀 KIA가 아니라면 돌아갈 마음이 별로 없다"고 말해왔다. 지난 2009년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던 넥센의 제안에 꿈쩍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런 김병현을 어떻게 설득했느냐'고 묻자 "뭐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묘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단이 보여준 신뢰와 믿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넥센이 아닌 라쿠텐행을 선택한 김병현이었다. 그럼에도 신념을 가지고 꾸준하게 기다렸다. 실제 넥센은 작년 관계자를 일본으로 파견해 김병현의 2군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 여름에는 아직 경기 운영 면에서 공백이 있지만 구위 만큼은 전성기 못지 않게 살아났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병현이라는 투수는 우리 나라 야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는 이 대표는 "그런 선수를 직접 보지 못한다는 것은 야구팬들은 물론 우리 야구 역사에도 불행한 일이다"면서 "국내에서 보지 못할 뻔 했던 투수가 왔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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