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2012∼2013시즌에는 외국인선수를 드래프트로 선발하기로 했다. 외국인선수 ‘1명 보유, 1명 출전’ 규정도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면 드래프트와 1명 보유가 채 한 시즌이 지나기도 전에 논란이 일면서 제도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KBL과 각 구단 스스로 정한 룰을 다시 깨면서 사실상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됐다.

올 시즌을 맞이하며 시행됐던 자유계약의 장점은 구단이 원하는 선수를 마음껏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사숙고한 끝에 선수를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 구단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분명히 선진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구단들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여력이 생긴 구단들인 좋은 선수를 선점해 놓고 관리하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구단들은 좋은 선수를 챙길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의 경우 전자가 보여주는 장점이 중요하다. 전력의 평준화를 통해 시즌에 임한다는 점이 좋다고 판단한다면 프로 스포츠로서 의미를 잃은 것이다. 투자를 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야지 그 후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농구의 발전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물론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데려온 선수가 KBL에서 반드시 좋은 기량을 선보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리그에 출현한다면 경기력뿐만 아니라 인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유계약으로 벌어지는 폐단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KBL은 국제 농구 무대에서 인정을 받아 왔다. 기량 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대우 면에서는 NBA를 제외하고는 최고라고 손꼽히고 있다.
연봉이 적을 수 있겠지만 유럽의 중소리그처럼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고 구단이 생활상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연봉이 적더라도 외국인 선수는 KBL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
또 NBA 파업으로 인해 기량이 좋은 선수들의 금액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를 테면 예전처럼 뒷돈에 대한 유혹 없이 적정한 금액에서 선수들을 KBL로 데려올 수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예전처럼 높은 금액을 부르는 경우가 없다. NBA의 파업으로 유명리그에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무리한 금액을 부르는 경우가 없다. 따라서 굳이 드래프트 제도가 아니더라도 적정한 금액에서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이 드래프트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BL과 구단들의 게으름과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정상급 기량을 볼 수 있는 팬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다.
또 KBL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숫자를 축소했지만 이를 한 시즌만에 바꾼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볼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한 명으로는 부상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내세운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경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KBL 출범 이후 외국인선수 규정은 열여섯 차례나 바뀌었다. 변화가 없었던 시즌은 2005~2006시즌이 유일하다. 이렇게 KBL 외국인 선수 규정이 흔들리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불안감도 더 생기고 있다. 올 시즌에도 몇몇 선수들은 제도가 바뀐다는 소문 때문에 대체선수로 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도 생겼다. 또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