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진욱 감독은 북일고와 동아대를 거쳐 1984년 OB 베어스에 입단하며 프로야구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김진욱 감독이 대학을 진학하던 당시에도 각 학교는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는데요. 당시 우수한 유망주였던 김진욱 감독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원래 김진욱 감독은 이만수, 김시진 등이 활약하던 한양대에 입학할 예정이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김진욱 감독은 허리가 안 좋았기에 한양대는 부속병원에서 수술비 일체를 지원하고 재활까지 돕는다는 조건으로 스카우트에 성공했는데요.

그런데 김진욱 감독에 눈독을 들이던 동아대 강병철 감독이 어느 날 김진욱 감독이 입원해있던 한양대 병원으로 찾아왔다고 합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김진욱 감독에 대한 설득이 이어졌고, 결국 한양대에서 진로를 바꿔 동아대를 가게 됐죠.
본래 강병철 감독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강골이라 합니다. 그래서 자연히 선수들이 아프다고 하는 것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특히 허리같은 경우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아픈 걸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김진욱 감독의 증언에 따르면 한 날은 선배였던 임호균 전 코치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합니다. 그러자 강병철 감독은 목마를 타고 임호균에 운동장을 뛰라고 지시했죠. 한 바퀴, 두 바퀴…강병철 감독은 "이래도 허리가 아프냐"라고 계속 물었고, 오기에 "그래도 아픕니다"라고 외치던 임호균은 결국 계속 운동장을 뛰다가 항복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강병철 감독은 직접 스카우트를 했던 김진욱 감독이 허리 아픈 것은 철저하게 이해해 줬다 합니다. 김진욱 감독은 "덕분에 대학생활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나는 동아대 가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습니다.
김진욱 감독이 원래 진학할 예정이었던 한양대 감독은 '빨간 장갑' 고(故) 김동엽 감독이 맡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분 역시 평소 절대 아픈 곳이 없는 강골이라 하는데요. 덕분에 한양대 야구부원들은 아프다는 소리를 절대 못 했다 합니다.
그런데 김동엽 감독을 괴롭히던 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치통이라 합니다. 머리카락이 치솟는 치통에 김동엽 감독은 자주 치과를 다녔는데요. 이를 유심히 본 한양대 야구부원들은 훈련을 쉬고 싶을 때는 "이가 아프다"고 했다고 합니다. 다른 곳이 아프다는 건 절대 이해 못 하던 김동엽 감독이지만, 치통은 본인이 워낙 호되게 앓고 있기에 무조건 '무사 통과'를 외쳤다고 하네요. 덕분에 한양대 야구부원들은 모두 치통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던 김진욱 감독은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감독이 어디가 아픈지 잘 파악하고 가면 편했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는데요. 역시 누울 자리보고 발을 뻗어야 하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같습니다.
김진욱 감독이 허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실 임태훈 때문이었습니다. 줄곧 허리 통증을 호소해 온 임태훈이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도 김진욱 감독은 "내가 허리가 아파 봤으니 태훈이 힘든 거 정말 이해한다. 올해는 선발에서 잘 해줘야 할텐데…"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임태훈은 감독을 잘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