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치라고 등번호로 선수를 부르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꼭 이름을 외워 선수를 불러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으로서 선수단과 더욱 하나가 되길 기대했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와 고마키 유이치 불펜코치에게 가장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두산은 19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해 전지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5선발 후보로 꼽혔으나 전지훈련 출발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다리 부상을 당한 2년차 우완 안규영을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김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을 지켜보며 각자 가진 실력을 1군 무대에서 떨치기 위해 몸을 잘 만들어주길 바랐다.

“잔류군에 있는 선수 중에도 아까운 선수들이 많다. 신인 내야수 유민상도 그렇고 천상웅, 권영준, 국해성 등이나 신인 우완 윤명준 같은 선수들은 국내에서 몸을 잘 만들면 일본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에 포함될 수도 있다. 모든 선수들이 좌절하지 말고 몸을 잘 만드는 데 주력했으면 한다”.
특히 두산의 비시즌 행보 중 가장 주목할만한 점 중 하나는 일본인 코치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새 수석코치로 자리한 이토 수석은 세이부 라이온스의 황금기를 이끈 스타 포수 출신에다 2004년 일본시리즈 제패 경력을 지닌 명 지도자다. 투수 출신으로 오랫동안 두산 유망주들을 지켜봤던 김 감독은 이토 수석의 경험이 자신의 감독 첫 해 큰 힘이 되길 바랐다.
“수석코치로 임명되기 전까지 인연을 맺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만나보니 카리스마도 있고 야구에 대한 신중한 자세 등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고마키 불펜코치 또한 때로는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며 선수가 어떤 점을 살리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 조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 감독이 이토 수석에게 가장 기대하는 부분 중 하나는 선수들의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외워 직접 부르는 것이다. 일본인 코치인만큼 ㄱ받침의 이름을 지닌 선수들을 부르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김 감독은 이토 수석이 최대한 그 부분에도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랐다.
“외국인 코치라고 선수를 등번호로 불러 주문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수들의 얼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선수를 호명해 불러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경기 전 훈련 과정에서 때로는 감독들이 1군에 갓 합류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에 대해서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저기야, 저기 7번’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선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자기 팀 지도자에게조차 아직 자신이 각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2군 투수 코치 시절부터 스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유망주 한 명 한 명에게도 문자와 전화로 세심하게 조언하던 김 감독의 지론을 알 수 있다.
이토 수석 또한 “최대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고 마무리훈련 동안 함께 했던 주전 포수 양의지를 보면서도 ‘으지’라는 말과 함께 주먹을 맞부딪히며 파이팅을 불어넣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토 수석이 단순한 ‘야구 기술자’가 아닌 선수들의 진정한 ‘스승’이 되어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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