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여동생이 '오빠, 제일은행에서 전화했는데'라고 묻더라. 나는 그 은행과 거래하지 않는데".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시절 재일교포 출신 지도자와 동료들을 추억하며 웃음을 띄었습니다.
김진욱 감독은 1984년 두산 전신 OB에 입단한 이래 1993년 쌍방울에서 국내 프로 은퇴를 택하고 대만 준궈 베어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통산 53승 71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습니다. '무등산 폭격기'로 잘 알려진 한국 프로야구 불세출의 투수 선동렬 현 KIA 감독의 킬러 중 한 명으로도 유명했지요.

잠실구장에서의 1차 훈련을 준비하던 김진욱 감독은 잠시 옛 이야기를 꺼내며 망중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춘천중 시절 전국구 에이스로 주목을 받았던 김진욱 감독은 당시 충암고 감독으로 재직하던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김성근 감독께서 나를 스카우트하시려고 집에 직접 찾아오셨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응, 네가 진우구이구나(응, 네가 진욱이구나)'라고 하신 이후로는 솔직히 뭐라고 하셨는지 잘 못 알아들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셨고.(웃음) 그러다 OB에 입단해서 다시 뵙게 되었는데 처음 뵈었을 때에 비해 한결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사실 김성근 감독을 처음 대면했을 때는 이야기를 정확히 듣기 위해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김성근 감독이 LG 재직 시절 악송구로 인해 패했을 때 "1루수 뒤로 공이 빠져서 패했다"라는 멘트를 남겼습니다. 정확히 전달하면 "퍼스트 뒤로 공이 빠졌다"라는 말이었는데 퍼스트가 '하스토'로 전달되면서 몇몇 사람들은 '응? 하수도로 공이 빠졌다고?'라는 반응을 보인 적도 있었거든요.
그와 함께 김진욱 감독은 현역 시절 동료였던 최일언 현 NC 코치와의 일화도 이야기했습니다. 최일언 코치는 일본에서 쭉 생활하다 1984년 OB에 입단해 1986년 19승을 올리는 등 프로야구 초창기 에이스로도 활약한 대표적인 재일교포 야구인 성공 스토리를 썼습니다.
"최 코치가 예전에 우리 집으로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그 때 여동생이 전화를 받았는데 내게 '오빠, 제일은행에서 전화왔는데'라고 하더라. 나는 제일은행에 통장도 없는 데 무슨 소리인가 했지. '몰라, 그냥 제일은행입니다. 그러는데'라는 여동생으로부터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최일언으로부터 온 전화라 굉장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최일언입니다'가 '제일은행입니다'로 들렸던 거다.(웃음) 그래도 최 코치 또한 요즘은 굉장히 한국어가 늘었더라".
오랜 일본 생활로 인해 어눌한 말투로 한국에서 야구인생을 그려나갔던 재일교포 야구인들. 그러나 그들의 열정과 실력이 프로야구 초기 야구 수준을 높여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는 그들과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Aa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