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출신 핵잠수함 김병현이 넥센 히어로즈와 총액 16억원(계약금 10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1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김병현은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뒤 보스턴 레드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에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394경기에 등판해 54승 60패 86세이브(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그는 2001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고 2004년(보스턴 레드삭스) 두 번째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라 동양인 최초로 양대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김병현은 지난해 일본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김병현이 국내 무대 복귀를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기자는 지난해 2월 5일 일본 오키나와 구메지마의 라쿠텐 캠프에서 김병현과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기자의 눈에 비쳐진 김병현은 타국 생활의 외로움이 커보였다. 그에게 시즌 목표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투수는 안타 또는 홈런을 허용하지 않고 삼진으로 처리하든 맞춰 잡든 타자를 아웃시키고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인데 내 공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으면 뭔가 깊이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몇년간 혼자 고민했다. 옆에서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이론적으로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도 실제로는 몸이 안 움직였다. 그걸 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
김병현은 자신을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스승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동료를 갈망하는 모습이었다. 수구초심이라고 했던가. 국내 무대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고 싶은게 그의 목표가 아닐까. '덕장'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넥센의 코칭스태프와 의리로 똘똘 뭉친 선수단 분위기라면 김병현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듯 하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처럼 넥센 구단 측의 진심 가득한 영입 제의도 김병현의 마음을 돌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김병현의 영입을 진두지휘한 이장석 대표이사는 협상을 시작한 뒤 계약 성사까지 무려 14시간동안 국제 전화로 공을 들였다는게 구단 관계자의 귀띔.
이 대표이사는 "2009년부터 김병현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이사에게 김병현의 마음을 사로 잡게 된 비결을 묻자 "구단이 보여준 신뢰와 믿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세상 모든 것은 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는 뼈있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김병현은 자신에게 철저한 편이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남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4년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갖췄을 듯 하다.
고참급 선수들은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뛴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딸바보' 김병현 역시 다를 바 없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그의 역동적인 투구를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국내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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