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인턴기자]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곳은 어딜까.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얼굴을 꼽을 것이다. 상대방과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기 때문.
그리고는 그 얼굴로 상대방의 첫인상이 정해진다. 개구쟁이처럼 생긴 얼굴이면 '아, 저 사람은 장난끼가 많겠구나' 생각하게 되고 단정한 인상이라면 '조용조용한 성격이겠거니' 한다.
지난 1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아라 역시 인형같은 외모로 첫인상을 심어줬다. 조막마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회색과 갈색이 묘하게 섞인 눈동자까지.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생각해오던 '신비로운 인형' 고아라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본인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약 2년 여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고 나오는 기회를 잡게 되도 광고나 화보 등 예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하는 곳에서 대중을 만나왔기 때문이다.
"연기를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작품보다는 외모로 먼저 주목을 받았던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광고를 통해서 이미지가 인형 혹은 여신이 돼있었죠. 광고에서는 예쁘게 나와야 하잖아요(웃음). 그러다보니 어느덧 새침하고 도도하기도 하고 말도 없는 이미지가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조신하게 있어야 했어요. 그런 것 때문에 말을 잘 못하기도 했는데 사실 씩씩한 면도 있고 적극적인 면도 있어요. 이제는 말 할 수 있습니다(웃음)."
그런 이미지를 벗고 연기로서 승부하고 싶은 마음에 그는 영화 '페이스메이커'에서 여배우로서는 긴 시간일 수도 있는 2시간이란 시간 동안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등장하고 있다. 인형같은 얼굴이 아닌 자연스러운 얼굴로 오로지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이번 작품으로 자연스러운(natural)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화장을 하고 조명을 받으면 제가 봐도 '예쁘게 나왔네'라고 생각하긴 해요. 그런데 예쁘게 나올 수밖에 없어요. 감독님이 정말 예쁘게 만져주시거든요(웃음). 하지만 그런 모습보다도 자연스러운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화장을 지우고 비비크림만 바른 채 영화 촬영에 임했던거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고아라는 어느덧 '인형'에서 '배우'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여배우로서가 아닌 배우로서의 욕심,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뚝뚝 묻어났기 때문. 2년 여간의 공백기간을 가진 그는 그 시간동안 연기자로서 많은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공백기는 재다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죠. 영화도 하고 싶었고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었고요. 정말 이번 '페이스메이커'와 영화 '파파'를 하면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니까 옛날에 '반올림'으로 데뷔했을 때랑 똑같은 느낌이에요(웃음). 새로운 모습과 새로운 도전으로 관객 여러분을 찾아뵙고 싶었어요."
그는 '페이스메이커'에서의 파트너 배우 김명민과 '파파'의 파트너 배우 박용우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됐다는 것. 나이 또래의 젊은 배우가 아니여서 서운했겠다는 농담섞인 말에도 그는 손을 내저으며 선배님들과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는 말만 전했다.
"선배님들의 존재만으로 큰 도움이 됐어요. 연기에 임하는 자세라던가 몰입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분 다 훌륭한 선배님들이셔서 가까이서 다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선배님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느낀 것들, 현장에서 느낀 것들이 너무 많아요. 존재만으로도 많은 자극이 됐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주신 분들이에요.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요(웃음)."
'파파'는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매니저 춘섭(박용우 분)이 컬러풀한 6남매와 가족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고아라는 극 중 6남매의 첫 째인 준 역을 맡았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보니 거의 모든 촬영은 미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타지에서의 영화 촬영은 어렵지 않았을까. 그는 이 조차도 연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미국땅에 떨어져서 한국이 아니다 보니까 연기만 생각할 수 있었어요. 물론 한국이 그리웠죠.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된 것도 있고요. 그렇지만 미국이어서 더 집중이 된 것 같아요. 미국에 가니까 넓은 도로와 푸른 나무 말고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정말 극 중 캐릭터인 준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막춤을 선보이며 숨겨져 있던 예능감을 발휘한 그는 당시 촬영장에 카메라가 정말 많아서 신기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와는 다르게 여러대의 카메라가 있어 어디를 바라봐야 할지도 몰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예능 고정 욕심보단 연기로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아하고 긍정적이기도 해서 춤이나 노래, 예능 등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하고 싶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연기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웃음)."
이제 어느덧 데뷔 10년차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고아라는 아직도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다. '제 2의 하지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인만큼 액션도 잘 해낼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쑥스럽게 웃으며 과찬이라는 말을 전했다.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제 나이 때에 맞는 진한 멜로가 있다면 멜로도 해보고 싶고요. 아직 어리니까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에요. 액션도 좋을 것 같고요. 많은 분들이 '제 2의 하지원'이라고 불러주시는데 저는 감사할 따름이에요. 과찬이시죠. 그런 별명을 들을 때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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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