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강해도 많은 이닝" 류현진 에이스 자존심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1.20 07: 26

"선발이니까 당연히 많이 던지고 싶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지난해 5월1일을 쉽게 잊지 못한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한화 마운드를 책임졌다. 9회 마지막 공을 던졌을 때 투구수는 134개. 한화는 3-1로 승리했고, 5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4월26일 목동 넥센전에서 8이닝 동안 127개 공을 던지고도 8이닝 완투패한 류현진은 4일 쉬고 들어온 5월1일 대구 삼성전에서 무려 134개의 공으로 완투승을 챙겼다. 당시 9회 류현진의 교체 의사를 묻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던 한감독은 "가슴 속 뭔가가 올라오더라. 마음이 미어졌다"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팀 사정이 좋지 않았고, 류현진은 덤덤하게 그런 상황을 감내했다.

지금껏 류현진의 야구가 그랬다. 그는 전형적인 완투형 투수다. 2006년 데뷔후 지난해까지 6년간 통산 163경기에서 1086⅓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1만6958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가 104개. 완투는 8차례 완봉 포함 26차례나 된다. 불펜이 약한 한화 팀 사정상 류현진은 언제나 될 수 있으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불펜이 강해졌다. 마무리 투수 데니 바티스타가 뒷문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 2년간 불펜을 떠받친 박정진과 새롭게 영입된 송신영이 중간을 지킨다. 박정진-송신영-바티스타라는 강력한 필승조 구축으로 류현진이 소화해야 할 부담이 줄었다.
그러나 정작 류현진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불펜이 강해졌지만 그래도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투구수 110개까지는 언제든 던질 수 있다. 선발투수이기 때문에 해야 할 건 하겠다"며 에이스의 자존심을 보였다. 적어도 본인이 나가는 경기 만큼은 확실히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다.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은 우리 팀 에이스다. 불펜이 강해진 만큼 전처럼 무리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많은 선수"라 말했다. 이어 "우리팀이 포스트시즌에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바로 에이스 류현진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나타냈다.
올 시즌을 마치면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류현진이다.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가 크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어하는 게 바로 에이스의 자격이다. 류현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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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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