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김)병현이에게 기대하는 게 있는데…. 그 기대치에는 맞춰야 하지 않겠나".
'핵잠수함' 김병현(33)의 실제 피칭을 국내 무대에서 보는 일이 조금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김병현은 지난 18일 넥센과 입단 계약을 체결한 뒤 20일 한국에 돌아와 입단 환영식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병현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돼서 기분 좋다. 성격이 좀 급한 편이라 되는 대로 빨리 몸을 만들어서 나가고 싶다"며 한국 무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같은 시간 미국 애리조나에서 팀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시진(54) 넥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병현이가 개막전까지 무리하게 몸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감독이 김병현을 아끼는 것은 15일 출국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27일 애리조나에 도착하는 김병현이 몸을 만들 시간도 적거니와 지난해 일본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1군에 등판할 기회를 잡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김 감독은 덧붙여 "병현이는 팬들이 병현이에게 기대하는 게 있기 때문에, 5월이 되든 6월이 되든 기대치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완벽해질 때까지 천천히 몸을 만들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김병현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라는 김 감독의 마음인 것이다.
김 감독은 "병현이가 현재 한국에서 자신이 야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닌데 여기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야구가 힘들어진다. 팬들의 기대에 본인의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충분히 대화하고 몸상태를 파악해 안전하고 완벽하게 국내 무대 데뷔를 준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시진 감독은 김병현이 소극적이고 기이한 성격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김 감독은 "2년 전에 병현이와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전에 듣던 것과 전혀 다르게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 단지 앞에 나서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다"며 김병현을 있는 그대로 봐줄 것을 당부했다.
김병현이 고국에서는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김 감독의 마음으로 인해 마운드 위에서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가 빨리 던지는 것보다 잘 던지는 모습을 보길 바라는 것은 팬들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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