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사자 군단의 차세대 거포 모상기(25)가 경산 볼파크에서 칼날을 갈고 있다.
지난 2006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전훈 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그는 올해 만큼은 내심 기대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20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모상기에게 현재 컨디션을 묻자 "100%"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같다. 다들 아픈 줄 안다. 발목과 어깨 통증도 다 나았는데. 난 괜찮은데…". 마치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늘 그랬듯이 캠프에 가지 못했어도 2군 성적은 좋았다. 아쉬움은 컸지만 위안을 삼고자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1군 선수가 되는게 어려운 것 같다. 꾸준히 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그런 모습을 반복한다면 좋아지지 않을까. 어차피 나는 1군 선수가 아니었다. 늘상 이곳에서 했으니 개의치 않는다". 장태수 2군 감독과 황병일 2군 타격 코치의 지도 속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상기는 올 시즌 목표를 공개했다. 단순히 '1군 무대에서 뛰고 싶다', '홈런 몇개 치겠다' 등 상투적인 목표와는 달리 '열심히 하기 보다는 내 것을 만들 수 있는 한해가 되자'고 다짐했다.

지난해 1군 무대에서 타율은 1할8푼9리(74타수 14안타)에 불과했으나 4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차세대 거포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모상기는 "작년에는 내 것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부족했다. 이제는 길게 하고 싶다. 방망이가 맞지 않더라도 나만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는 믿음을 갖고 싶다. 힘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기술적인 부분이 허술한데 꾸준히 노력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타석에서 타이밍을 잡는 요령을 개선하고 싶다".
어느덧 프로 7년차 선수가 된 모상기는 "어중간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쉴 시간이 없다. 군대를 해결했지만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7년째 있었는데 1군 선수도 아니다. 그래서 이 악물고 하려고 한다. 작년에 인터뷰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하겠다고 했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캠프도 못 갔으니) 작년과 똑같은 상황이지 않나.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뛰겠다".
황 코치는 모상기에 대해 "마음가짐이 좋은 선수"라며 "면담을 통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더라. 이제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잘 하고 싶은 나이가 됐다. 조금만 변화를 준다면 곧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부도 명예도 사랑도 마찬가지. 매서운 겨울 바람과 사투를 벌이는 모상기가 1군 무대에서 최고의 스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하며 오늘도 힘껏 방망이를 휘두른다. 꿈은 이루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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