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승호(31)와 쉐인 유먼(33) 모두 장원준을 대체하기 위해 영입된 왼손 추가전력이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두 선수는 지난해 장원준이 거뒀던 15승만 롯데에 더해주면 '왼손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이승호는 언제든 불펜에서 활약이 가능하므로 투수진 운용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먼은 지난해 또 다른 두 외국인투수 코리-부첵의 8승까지도 해 줘야한다. 여기에 장원준 홀로 소화한 이닝만 180⅔이닝이다. 결국 롯데 마운드 출혈의 최소화를 생각한다면 이승호와 유먼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만만치 않다.
일단 두 명 모두 현재까지는 보직이 확정되지 않았다. 송승준-라이언 사도스키 원투펀치와 정대현-김사율-강영식-이명우 등 불펜 확정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선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유먼은 선발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 감독은 15일 사이판으로 출국하며 "유먼을 직접보지 못했으니 보류하긴 했지만 선발로 쓸 가능성이 높다. 4,5선발 찾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일 훈련 합류 예정인 유먼이 직접 던지는 걸 확인은 못 했지만 기대는 높다. 지난 8일 도미니카 윈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유먼은 7이닝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구단 내외부에서 평가가 높다.
현역시절 빼어난 좌완으로 이름을 날린 롯데 주형광 투수코치는 유먼에 대해 "영상을 보니 바깥쪽 승부를 잘 하더라. 우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백도어 슬라이더가 좋더라"고 기대를 드러냈고,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 역시 "좌투수는 바깥쪽 공만 잘 던져도 4~5승은 더 거둘 수 있다는 야구 속설이 있다. 유먼은 바깥쪽 공이 좋지만 기본적으로 몸쪽 승부에 능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한 두산 김진욱 감독은 "유먼은 두산 영입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다"면서 "대만리그 경험도 있는 등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만한 좋은 조건을 많이 갖춘 투수"라고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기량 자체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주류인 가운데 관건은 적응 여부다. 적응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다.
이승호는 현재로선 5선발과 불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 중이다. 2004년 선발 15승을 거둔 적이 있을 정도로 기량은 출중하지만, 풀타임 선발을 뛴지가 오래된 것이 걸린다. 롯데 이진오 트레이너는 "예전에 수술했던 팔꿈치는 전혀 문제가 없는걸로 안다. 하지만 선발 전환을 위해 체력 보강은 필수"라며 이승호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이승호는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며 10승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으며 "스프링캠프때 몸을 만들고 볼 배합을 더 다듬어야 한다. 최대한 길게 던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구질 추가 장착도 생각하고 있다"고 선발 전환을 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또한 이승호는 "불펜에 들어간다면 최대한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보직에 관계없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각오다.
양승호 감독은 이승호를 영입한 직후 "마운드의 키 플레이어"로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승호가 선발진에 합류해 유먼과 함께 좌완 선발로 활약한다면 5선발 체제의 다양성은 높아지고, 만약 불펜으로 간다면 정대현과 더해 철벽을 구축할 수도 있다. 어느 쪽에서나 활약이 가능한 트럼프의 '조커'에 가깝다.
이들 두 좌완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양승호 감독은 사이판-가고시마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에서 선발 옥석가리기에 나서고, 3월 17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에서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20년 만의 우승을 위해 수혈된 두 좌완의 활약 여부에 따라 롯데의 성적도 함께 움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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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인 유먼-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