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누구야".
21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러닝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던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옷을 갈아입으며 누군가를 발견했다. NC 김상엽(42) 투수코치였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박찬호와 김 코치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와 김 코치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10년 12월 오릭스에 입단한 박찬호가 계약조건 중 하나로 국내지도자의 연수 프로그램을 요구했고 그 대상자로 영남대 투수코치로 있던 김 코치가 발탁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김 코치의 오릭스행은 이전까지 박찬호와 전혀 인연이 없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같은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렇게 인연이 닿았다. 박찬호는 김 코치가 연수하는 동안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통역원까지 보내줄 정도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는 지난해 일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5월말 2군으로 내려간 뒤에는 1군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게 일본에서 1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여러 가지 배우고 얻은 게 많았다"며 김 코치를 이야기했다. 일본에서 얻은 소중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김 코치였다.
그는 "2군에 있을 때 김상엽 코치께서 굉장히 많이 신경써 줬다. 1군에 있을 때에도 직접 경기를 보고 2군으로 돌아갈 정도로 정성이었다"며 "2군에서는 훈련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매일 같이 생활했다. 김 코치님의 도움 덕분에 힘든 시기에도 정신적으로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는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상엽 코치는 "오히려 내가 찬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지난해 일본에서 함께 하면 서로 의지를 많이 했었다. 어려울 때 곁에 있다 보니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제주도에서 한 번 잠깐 만난 뒤 지금 애리조나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찬호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며 웃어보였다.
한화는 22일이 캠프 첫 휴식일이다. 일정이 엇갈려 NC는 이날도 훈련을 한다. 김 코치는 박찬호에게 "쉬는 날 뭐할 거냐"고 물었다. 박찬호의 대답에 김 코치는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래야 바로 박찬호니까"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휴식일에도 훈련을 하겠다고 했다. 김 코치는 "그게 바로 박찬호"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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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