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고 1년이라도 더 야구를 하고 싶었다."
첫 승만 하면 은퇴해도 좋을 것 같다더니 3승이나 올렸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우완 윤희상(27)이 올 시즌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발 투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윤희상은 "정확하게 3년전 이 시기에는 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후반기 구멍난 SK 선발진에 합류,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는 11⅔이닝 동안 1승1패 평균자책점 0.77으로 흠결없는 깜짝투를 선보였던 그였기에 의외의 고백이었다.

2010시즌까지 19경기에 그쳤던 윤희상은 지난 시즌 20경기에서 3승1패 4.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04년 선린인고 졸업 후 SK 2차 1번(전체 3번)으로 2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지만 오른 어깨가 문제였다. 윤희상은 2006년 6월 오른 어깨 슬랩 수술을 받은 후 2007년 공익근무를 결정했다.
그러나 2009년 제대할 때까지 통증은 계속됐다. 결국 윤희상은 투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실제로 4월 제대를 앞둔 윤희상은 1월부터 선린인고를 찾아 타격 연습에 돌입했다. 팀에서 친하게 지내던 송은범, 정우람을 통해 야구 배트도 공수받았다. 중 3때까지 유격수 출신이었던 윤희상이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한 방송에서 '제 2의 이종범을 찾아라'라는 코너에 소개됐을 정도.
"타자로 전향하겠다고 결심하고 팀에 복귀했다. 그러면 아프지 않고 1년이라도 더 야구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만큼 야구가 절실해지기 시작했다"는 윤희상은 "그런데 그 전 코칭스태프 대부분이 안계시더라. 그리고 보는 사람마다 묻지도 '투수지?'라며 투수 훈련조로 편성됐다. 나 역시 뭐라 할 말이 없어 그냥 투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웃어보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어영부영 캐치볼을 시작한 윤희상이었다. 희한한 것은 그 때부터 볼을 던질 때 통증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윤희상은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그 때부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투구폼을 닥치는대로 찾기 시작했다"면서 "대략 50~60명에 달하는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투구폼을 흉내냈다. 일본 잡지에 실린 투구폼 사진까지 참고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결과 윤희상은 리듬감 속에서도 자신에 맞는 백스윙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단순히 폼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손끝에 전달되는 느낌이 찾은 것이다. 더불어 자신에게 타자 전향까지 생각하게 만들고 수년 동안 괴롭혔던 통증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윤희상은 지난 시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꿈에 그리던 생애 첫 한국시리즈였다. 그러나 1회만 던지고 스스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이에 "좋지 않을 때의 느낌이 있었다"는 윤희상은 "안좋은 날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럴 때는 던지면 항상 문제가 됐다"면서 "던지지 못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매년 그리고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이런 느낌의 회수가 줄어들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또 윤희상은 "절 가르쳐 주신 김성근 전 감독님께 감사한다. 또 2군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관심을 주시고 배려해주신 이만수 감독님, 부모님처럼 조그만 것부터 챙겨주시며 제 마음을 열게 해주신 김상진 코치님, 지금은 NC로 가셨지만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신 최일언 코치님께 정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에 대한 주위의 기대감에 "솔직히 1승 후 욕심이 생기더라. 내년에도 잘해야 된다는 말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7승에 100이닝 이상을 목표로 잡긴 했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시즌 마지막까지 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K에서 가장 시급한 선발진에 기대주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을지 윤희상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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