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더니 달라진 것 같다".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 투산 더블힐튼 호텔. 야간훈련이 시작되자 외야수 김경언(30)이 가장 먼저 배트를 들고 나타났다. 이어 강석천 타격코치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하며 타격폼 수정에 나섰다. 강 코치는 김경언에게 1대1로 붙어 상체가 나가지 않고 뒷다리의 힘을 받치는 타격폼 수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경언이 달라졌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강석천 코치는 "결혼을 하더니 확실히 달라졌다. 야구에 달려들려는 모습이 보인다. 뭔가 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며 "코치 입장에서도 달려드는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더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금 김경언이 그렇다"며 그의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김경언이 달라진 데에는 역시 결혼이라는 책임감이 크다. 김경언은 지난해 새 신랑이 됐다. 지인의 소개로 동갑내기 아내를 만나 1년여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컵케익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한화 경기를 자주 찾아 응원하고, 직접 만든 컵케익을 선수단에게 전해주며 사랑을 키웠다. 그의 아내는 "언제나 따뜻하고 배려할 줄 아는 현명한 아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김경언이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는 "결혼을 하고 나니 뭔가를 해야 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이 생긴다"며 "신혼부터 이렇게 떨어져 있지만 야구선수로는 당연히 캠프에 와서 떨어져 있는 게 낫다.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타격폼 수정이라는 변화의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김경언은 "그동안 타격할 때마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모습이 많았다. 이렇게 해서 잘 치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당연히 변화를 줘야 한다"고 했다. 통산 타율 2할5푼3리, 지난해 타율 2할4푼3리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 타격폼 수정을 통해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상체가 나가지 않고, 무게 중심을 뒤에 두는 방식으로 쳤더니 타구의 질이 달라졌다. 김경언은 "그때 타격 밸런스가 참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원래대로 돌아갔다"며 "이제는 그 폼과 밸런스를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의 책임감으로 중무장한 김경언. 아내를 위해 타격폼을 수정하고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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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