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진가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다.'
'핵잠수함' 김병현(33)에 대한 넥센 히어로즈의 기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장석 대표이사는 김병현을 영입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일종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작년 일본 구단(라쿠텐)에 (김병현을) 빼앗겼을 때 많이 분했다"는 이 대표는 "김병현이라는 투수는 우리 나라 야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런 선수를 직접 보지 못한다는 것은 야구팬들은 물론 우리 야구 역사에도 불행한 일"이라며 "국내에서 보지 못할 뻔 했던 투수가 왔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더구나 이 대표는 "우리는 몇가지 퍼즐을 맞추고 있다"면서 "김병현은 여섯 번째 퍼즐이다. 몇 개의 퍼즐만 더 맞추면 우리 구단도 우승하는 구단이 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김병현이 우리 구단에서 은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원하는 목표를 이룬 다음에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동안 KIA 입단을 원했던 김병현이었다. 그런 만큼 1년 후에는 트레이드 등 모든 이적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KIA로 갈 가능성은 0%"라고 말했고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김병현의 영입은 해야 할 일이었고 그럴 운명이었다. 또 1년 계약(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1억 등 총 16억원)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2년 이상의 계약, 혹은 어떤 식으로든 김병현을 붙잡을 수 있는 옵션을 넥센 구단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김병현의 기량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 대표는 작년 관계자를 일본에 파견, 2군에서 뛰던 김병현의 몸 상태를 꾸준하게 체크했다. 그 결과 전성기 못지 않은 구위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도 "김병현의 실력은 톱클래스다.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사실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병현도 "작년 7, 8월 쯤부터 경기를 나가지 못했다. 아프지도 않았지만 왜 나가지 못했나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18번의 2군 경기에서 20⅓이닝을 소화했고 1패에 2.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김병현이다. 그러나 발목 부상 등 여러 말 못할 사정이 겹치면서 한 시즌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다.
이에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팀 훈련을 지휘 중인 김시진 감독도 "김병현이 개막전까지 무리하게 몸을 만드는 일은 없다"고 잘라말한 후 "5월이 되든 6월이 되든 기대치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완벽해질 때까지 천천히 몸을 만들게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꾸준하게 몸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실전 감각이 무딘 만큼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국내 리그 적응을 느긋하게 해 김병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명한 것은 김병현이 자기 볼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작년 라쿠텐 캠프 때만 해도 "100개를 던졌지만 만족한 것은 5개 정도에 불과했다", "내가 감독이라도 지금의 나를 쓰지 않겠다" 등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말을 숨기지 않았다. 입단식에서 "일본에서 실패했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실패는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해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1군 경기에 한 번도 못 올라가 봤다. 던질 만한 자신도 있었는데 그게 안 됐다"고 말해 숙제였던 투구 밸런스를 찾았으며 자신감까지 더 배가 됐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고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고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2004년에 또 한 번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라 동양인 최초로 양대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김병현의 투구 모습이 점점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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